[SF소설추천] '라마와의 랑데부'와 외계인 이야기 by Y
라마와의 랑데부
책 소개
영국을 대표하는 SF작가이자 미래학자, 과학해설가로 잘 알려진 아서 C. 클라크의 대표작이다. 1973년에 발표되어 휴고상, 네뷸러 상, 존 캠벨 기념상, 주피터상 등 주요 SF 문학상을 모두 수상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태양계의 행성연합에서 파견된 우주선이 태양계를 향해 수백만 년을 날아온 원통형의 거대한 우주선인 '라마'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이로움과 신비, 숨막히는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는, 아서 클라크의 과학적 상상력이 최고로 구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20세기의 평론가와 독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라마 시리즈 중 1부에 해당하는 '라마와의 랑데부'는 시리즈 중에서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유일한 작품이다. 나처럼 라마 1~4부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 별로 없을거라 생각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특히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재미있게 읽을 수 없었던 4부는 내용조차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용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고, 산만하여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라마와의 랑데부'에 대한 애정이 아니였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후속작들이었다.
듣기로는 1부만 아서 클라크가 온전히 집필한 작품이고 2~4부는 공동집필이라고 하던데, 역시 분위기나 모든 면에서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다르긴 하다.
2~4부에 대한 실망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1990년대에 읽어보고 인상에 깊이 남아 10년 뒤에 보고, 또 몇년 뒤에 찾아서 볼 수밖에 없었던 '라마와의 랑데부'의 이야기나 해보자.
'라마와의 랑데부'의 매력은 과학과 물리 이론에 충실하여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준다는 점에 있다. 물리 교과서, 천문학 교과서로 사용해도 될 정도라고 하니 이론의 정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물리에 약했던 나였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정도(어렵지만 대충 짐작으로ㅎㅎ)였으니 평소 이런 SF 류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공상과학소설로서 당연한 얘기겠지만 '우주전쟁', '인디펜던스 데이' 등의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평소 궁금해했던 외계인, UFO 등에 대한 가상 현실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라마와의 랑데부'에서는 실제로 거대 외계 우주선이 지구에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외계인의 우주선은 어떤 모양일까, 외계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외계인은 적대적일까 우호적일까 등등의 질문에 어느 정도는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라마와의 랑데부'만 봐서는 모든 해답을 얻을 수는 없고, 궁금증만 잔뜩 남겨주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말해보자면 갑자기 지구에 접근한 거대한 원통형의 우주선이 발견되고, 그 우주선을 탐사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각 분야의 엘리트로 구성된 원정대가 파견된다. 우주 공간에서 한동안 제자리에 멈춰있는 우주선 내부로 지구인들이 들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이 전세계에 방송되고, 우주선의 주인이 과연 적대적일지 우호적일지 모르는 상태로 우주선 내부의 탐사가 시작된다. 외계 기술에 대한 놀라움과 '라마'의 탐사 내용, 탐사대 내부의 갈등과 배신 등이 주요 내용인데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단숨에 7권을 읽어버리게 된다.
'라마와의 랑데부'에 대한 리뷰을 쓰려고 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이 '라마 내부 구조를 포토샵으로 그려야하나?' 였을 정도로 '라마'의 구조는 책 내용 이해에 중요하다. (그나마 인터넷에서 라마 내부 구조 사진을 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라마' 내부에 대한 대략적인 구조를 잡아놓지 않는다면 책 읽기를 중도에 포기해야할 정도다.
그럼 이제 지구에 접근한 외계 우주선 '라마'의 세계로 빠져보자.
아래 사진은 외국 사이트에서 찾은 라마의 '외부 모양'인데, 정말 의심할바 없는 '원통형'이다. 라마 오른쪽 바깥 부분에 유일하게 돌출되어 있는 부분이 라마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다.
아래 사진은 책을 읽는 내내 '한 장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던 라마 내부 도면이다.
다행히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왼쪽이 입구이고,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표시되어 있다.
아래 사진은 라마의 삽화 느낌의 그림이다.
라마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중력이 생겨 외벽에 아래 그림처럼 사람들이 서 있을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림으로 간단하게 표현하다보니 이런 모습인거고, 사실상 라마는 엄청나게 커서 내가 저 안에 서 있다면 좌우는 평야처럼 인식될테고 그럼에도 엄청나게 거대한 원통형 내부가 한 눈에 들어와 인간의 정신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천장이 하늘이 아닌 원통형 내부이고 또 다른 대원이 천정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물론 그 대원이 육안으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원통형 우주선 내부는 입구가 포함된 북쪽과 남쪽을 가로지르는 바다로 나뉘고, 바다에는 대도시와 같은 건물들이 있는 섬이 있다. 실제로 2부 이후에서 사람들의 거주 지역이 된다.
바다에 위치한 대도시? 거주지?를 묘사한 그림인데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정말 비슷해서 반갑다. 중간 중간 보이는 이상한 모양의 로봇들은 무서운 포식자가 아니라 알고보면 성실히 제 할 일을 하는 일꾼 로봇이다.
라마에서 우연히 열심히 청소 중이던 로봇을 발견하고 지구인들이 포획하려는 내용이 나오는데 원래 하는 일이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니 절삭, 해체, 분류 등의 전문가라 실패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래는 역시 청소 로봇을 그린 그림인데 거의 바퀴벌레와 비슷하다.
책을 읽는 내내 원통형 내부벽에 서 있는 우주인들을 상상하기란 너무 힘들었다. 과학적으로 말이 된다 어쩐다를 떠나서 인간이란 상식적인 한계를 벗어나면 상상조차 괴롭기 때문이다. 원통형 우주선 내부에 바다가 존재한다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SF 문학사의 거대한 거목이었던 아서 클라크가 대단한 상상력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깐 외계인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우주의 방대한 크기만큼이나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외계인이 존재한다해도 지구의 기술이 지금보다 엄청나게 발전하지 않는다면 다른 태양계나 은하계의 외계인을 찾아갈 수도 없다. 정말 '라마와의 랑데부'에서처럼 적대적이지 않은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왔을 경우에만 뭔가를 기대할 수 있을테다.
그게 아니라면 기껏해야 옛날 미드 'V'나 찍어야할 판이다. 'V'와 비슷한 영화는 수두룩하니 더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아니면 '우주전쟁'처럼 지구의 미생물에나 지구인들의 운명을 걸어야할테고 말이다.
'라마와의 랑데부'는 현재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고, 해피엔딩을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가정을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하나 바라는게 있다면 죽기전에 화성 유인 탐사를 보는 것인데, 그나마도 1969년의 달 탐사가 뻥(;;)이었다면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말 우주 탐사는 냉전 종식과 함께 쫑났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