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만화 '스완(백조, 환상의 프리마돈나)' by Y
만화 소개
아리요시 쿄코의 작품으로 1976년부터 1981년까지 연재된 발레 만화이다. 해적판으로는 1부 백조, 2부 흑조, 3부 마지막 백조가 있고, 나중에 나온 환상의 프리마돈나가 있다. 2001년 국내에서 'SWAN(스완)'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라이센스판이 21권으로 출간되었다.
스완은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때 학교 근처 만화방에서 빌려 반 친구들끼리 근 한달여동안 돌려서 봤던 만화였다. 돌려보느라 한달이나 반납 안한건 아니고, 그림체가 너무 예뻐서 반납하기가 아까워서였는데, 결국 엄청 아까워하며 반납했더니 다다음날인가 만화방이 문을 닫았다;;
그 뒤로 두고두고 반납한걸 후회하게 만들었던 만화책이랄까 ㅠ
꽤나 모범생에 속했던 내가 한달이나 반납을 연체하게 만들었던 '스완'은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떨리게 만드는
온갖 매력을 다 가지고 있는 명작 중에 명작이었다.
스완의 첫 번째 매력은 지금 보아도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그림체였다.
그 당시 내가 본 스완은 지금처럼 크지 않고 아주 작은 책이었다.
그럼에도 그림선이 세밀하고, 아름다워서 마치 고급 장인이 만든 세공품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라면 김영숙, 강경옥, 황미나, 신일숙 등 한국 순정만화가들의 '갈채', '아르미안의 네딸들', '17세의 나레이션', '별빛속에', '슈퍼트리오' 등의 작품을 즐겨 볼때였으니 나에게 '스완'은 신세계의 작품으로 보일 정도였다.
눈이 엄청 큰 캔디풍의 그림이지만 머리만 큰 캔디와는 달리, 관절의 움직임의 자연스러움이라든지, 발레의 연속 동작의 묘사 등은 정말 대단했다.
스완의 다음 매력은 발레라는 주제였다.
발레라고는 어디에서도 접한 적이 없던 나에게 스완은 발레의 교본이나 다름없었다.
마치 농구라곤 관심없었던 나에게 농구의 규칙과 매력을 알려주었던 '슬램덩크'의 경우와 같달까.
게다가 농구와 달리 사춘기 소녀에게 발레는 더할나위 없는 매력적인 소재일수밖에 없다.
지젤, 돈키호테, 호두까끼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꼽추 망아지 등의 발레 작품들은 스완이 아니였다면 아직도 몰랐을 것이다.
스완은 성장 만화의 매력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성장 소설, 성장 만화 등의 매력은 주인공이 타고난 재능으로 성장하여 주위 사람들의 놀라움을 받는 데에 있다.
그럴때엔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되어 칭찬을 받는 기분이 든다 ㅎㅎ
주인공인 히지리 마스미는 시골의 열악한 환경에서 발레를 배워온 소녀로 누가 보아도 발레 테크닉이 별로지만
그 재능을 알아본 러시아 천재 발레리노 알렉세이에 의해 온갖 성장통을 겪으며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어간다.
역시 주인공이 정상까지 오르는데는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스완은 순정만화다.
아무리 다른 매력이 컸어도 이 만화에 러브스토리가 없었다면 사춘기 소녀에게 크게 다가오지 못했을 것이다.
멋진 남자들이 별로 대단하지 않아보이는 주인공 여자를 짝사랑하는 건 순정만화의 공통점인 것처럼
스완 역시 마스미의 주위에는 매력적이고 대단한 남자들이 마스미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스완은 다른 순정만화와는 다르게 주인공 여자가 한 남자만 죽도록 사랑하지는 않는다.
마스미는 멋진 남자에게는 수시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춘기 소녀이고,
자상한 남자에게 무작정 끌려 짝사랑을 앓기도 하고,
그 짝사랑과 이어질 수 없어 결국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도 한다.
마스미는 사랑에 있어서는 어찌보면 좀 줏대가 없어보이는 캐릭터랄까.
그래도 1부 '백조'에서는 한 남자만 사랑하는 모습이 나오므로 꽤나 순정만화스러웠다.
내가 본 해적판 '백조'에서는 배경이 한국이었고, 주인공들이 한국 사람으로 등장하여 공감대가 훨씬 잘 형성되었었다.
그당시 내가 보았던 '백조'를 다시 구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은 한국어정식판으로 출간된 '스완'조차도 구하기 힘들다. 그 희귀성 때문에 '스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욱 그 추억에 매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완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그림체가 확연히 다른 점은 정말 아쉬운데, 뒷부분은 문하생이 그린 것처럼 거칠고, 대충 그림 느낌이 있다. 마치 김영숙의 초기 만화와 후기 만화가 그림체가 너무 달라 문화생이 이름을 빌린게 아닌지 의심했던 때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백조'가 정말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