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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12 동물의사 닥터스쿠르 - 사사키 노리코 by S 10
생활공감/책#만화2013. 2. 12. 01:32

 

 

 

 

 

재미를 떠나서 지금까지 본 수많은 만화책들 중 가장 애착이가고 좋아하는 만화를 한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사시키 노리코작의 동물의사 닥터스쿠르이다.

 

엄청나게 웃기다거나 스펙타클하다거나 내용에 무슨 반전이 있는것도 스토리가 치밀한것도 아닌 그냥 소소한 일상같은 평범하고 잔잔한 만화이다.

 

약간은 무심한듯, 엉뚱한듯한 이 작가의 코드가 나랑 맞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처음 접했던 초등학교때는 이런 만화의 묘미를 모르고 있던 나에게 이 만화는 그저 그런 만화였다.

 

서점에서 주인 아저씨의 추천 아래 한국어판으로 아직 단 두권만 출간되었던 그 때, 사서 보고는(그러고보니 그때 그 만화책은 어디갔을까;;) 방치해 두었던 책.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그 옆에 나란히 꽂혀있던  지금은 추억의 만화가 되어버린 내사랑 앨리스(나의 지구를 지켜줘)라는 만화를 훨씬 흥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출판사가 아마 같았던 것 같은데... 표지가 색깔만 다르고 비슷했으니까...아닐지도;;)

 

몇 년후 완결이 된 동물의사 닥터스쿠르를 대여점에서 읽고 대학생이 되어 서점에 진열 되어있는 닥터스쿠루 애장판 열두권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심심할때면 1~20분씩 습관처럼 꺼내어 읽는 소중한 책이 되어버렸다.

 

 

 

 

뭐랄까...기승전결이 있는 내용도 아니고 앞을 안보면 뒤를 못보는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만화책처럼 결정적인데서 끝나 뒷권을 꼭 읽지 않고는 못배기는 것도 아니다.

그냥 12권의 진열된 책 중 손이가는 아무권이나 꺼내어 읽은 후 다시 집어넣으면 끝이다.
흡입력이 뛰어나거나 한게 아닌데도 많은 만화책들 중 유독 손이 간다.


주인공 마사키와 그의 절친인 니카이도, 특이한 대학선배인 세이코, 괴짜 우르시하라 교수, 그리고 마사키가 기르는 동물들인 꼬마,미케,병돌이,쥐들...이 모여 수의학부의 일상적인 얘기들을 다룬게 닥터스쿠르의 주 내용이다.

 

스쿠르(screw)가 일본에서 괴짜라는 뜻으로 사용되는것 같은데 사실 만화를 다 보고 나면 주인공에게 스쿠르란 별명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보통 사람보다 조금 무심하고 주변에 무관심한듯 보일 뿐 매우 평범하다.
내 성격이 그래서 더욱 공감되는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인가 1권에서 초반에 주인공을 몇번 스쿠르라고 부르다가 후에는 그냥 그의 이름인 마사키라고 부르는데 아마 작가가 만화 제목을 지으면서 처음 의도했던 주인공의 성격이 만화를 그리면서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한국으로 넘어오며 제목이 바꼈나 싶기도하고...
 

 

 


어쨌든 신입생 두명이 대학에 입학해 수의학부에 진학하고 졸업 후 박사과정까지 담은 내용치곤 12권은 참 짧다.
어찌보면 내용이 참 띄엄띄엄인듯도 한데 좀 더 많은주제로 많은 내용을 다룰 수 있었음에도 완결이 빨리 되어버렸다는게 참 아쉬울 뿐이다.
특히나 주인공, 아니 최소한 파릇파릇한 대학생활에서 주변인물들이라도 러브라인이 형성되는 일 따윈 절대없고 6년 넘을 정도의 기간을 밖에서 방치하며 기르는 암컷 고양이나 개가 어찌 임신한번 없을 수 있단 말이더냐...
(하긴 쥐는 그나마 몇번 번식했구나;;)

 

그런데도 왠지 엉성한 이 작가의 작품세계가 맘에 든다.
그냥 읽고 있으면 평화롭고 한가한 여유로운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급박하거나 사건사고가 시시때때로 일어나는것도 아니고 그 흔한 연애 이야기로 감정을 소모시키지도 않으면서 읽으면 읽을수록 깨알같은 잔 재미가 느껴진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같은 만화책과 비슷한 느낌인데 나는 참 이런 만화책들이 좋다.

 

 

 


물론 초기작인 못말리는 간호사나 후에 나온 헤븐도 재미있게 봤지만 동물의사 닥터스쿠르에 더 애착이 갔던건 내가 동물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아마 그들의 졸업까지의 시간의 흐름이 왠지 아련히 더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권을 보며 이제 파릇파릇한 신입이 아닌 학교를 떠나야되는 아쉬움과 함께 세월의 흐름이라는 씁씁함을 느끼고나면 다시 1권을 찾아 시간을 되돌아가는 타임머신처럼 나는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 언제든 신입생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현실에선 절대 할 수 없는 만화만의 특권인 대리만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것.
그게 내가 이 만화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과거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 음악을 들었던 상황과 그 시절이 연상되듯

내가 교등학생때 녹색표지로 본 닥터스쿠르랑

그 주인공들의 나이와 같은 대학생때 본 닥터스쿠르,

그리고 그 주인공들의 나이를 훌쩍넘겨버린 지금에서 애장판으로 보는 닥터스쿠르는 참 느낌이 다르다.

 

특히나 그 시절 만화책에서 노처녀로 취급되는 세이코의 나이가 25~6살 정도였는데

고등학생때는 그녀가 당연히 노처녀로 보였고

대학을 졸업했을때는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교에서 좋아하는 연구도 할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웠으며
지금의 내가 보는 그녀는 새파란 나이의 능력자이다. (그 나이에 박사과정까지 마쳤으니...-_-)


그리고 그 느낌들이 내게는 전부 그 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추억이다.
책이 좋아 소장만해놓고 읽지 않았던것과 다르게 고등학생때도 대학생일때도 백수일때도 직장생활 할때도 시시때때로 읽었던 닥터스쿠르란 만화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젠 추억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것보다 과거에 봤던 만화나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것에 더욱 즐거움이 느껴지는건 아마도 내가 어느새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는 나이가 되었음이리라... 
 

 

 

 

 

 

 

 

 

 

 

 

 

 

 

 

 

이 책을 읽은 후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종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더랬다.

요 귀여운 녀석이 나중에 얼마나 커지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키우고 싶었지만 포기해야만 했던...ㅜㅜ

 

 

 

 

 

 
 
 
 
Posted by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