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공감/연극#영화2013. 8. 14. 14:28

 

 

 

 

 

지난 주 토요일날 친구와 같이 설국열차를 봤다.


영화에대한 아무런 지식이나 정보 없이 그냥 지나가듯 
빙하기가 오고 오직 노아의 방주라 할 수 있는 열차안에서만 인류가 살 수 있다는 얘기 하나만 듣고
재난영화인가? 하며 아무 생각없이 본 영화.
봉준호 감독이 만든 한국영화라는 걸 극장가서 친구한테 듣고 알았으면 말다한거다;;

 

근데 사실 전혀 한국영화같지 않았던 건 확실하다.
그냥 외국영화에 한국인 두명 떼다가 갖다붙인 느낌?
굳이 번역기까지 돌려가며 사용하는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한국어와

캐릭터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송강호씨 역할도 그렇고

뭔가 맞지않는 옷처럼 둥둥떠서 겉도는 느낌이 조금은 이질적이다.
나로선 한국인이 출연해 핵심적 역할을(주인공이라는 느낌과는 다르다) 맡았다...는 의미 외엔

잘 모르겠다.

 

 

 

 


뭐 그거야 애국심으로 넘긴다 치고

 

영화보기 전 이 영화를 봤던 내 지인들에게 설국열차 어때?라고 물어보면 대다수 반응은 이랬다.
"설국열차? 볼만한데...음...나름 볼만해. 끝이 좀 허무하지만..."


그리고나서 보고 난 나도 딱히 꼬집어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더라...
뭐랄까?

상황설정 자체가 독특한데다가 내가 워낙 이런 특이한 스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보는내내 재미가 없던건 아닌데
뭔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미묘한 느낌이다.

 


이런류의 스토리는 주인공이 역경을 헤치고 성취를 이루거나 마지막에 희망을 보여주면
보통 관객에게 쾌감과 여운을 남기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이건 왠지 허탈함이 밀려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화면구성이나 대사같은 디테일적인면에서 뭔가 함축적의미의 내용을 많이 담은것같긴한데
무지몽매한 나로서는 영화가 의도하는 반의반도 모르겠더라-_-;;

 

뭐 대략적으로 전체적인 느낌이야 대충 알수 있다지만
예를들어 대체 저기서 물고기 배가르는 장면이 왜 나오는건지...
죽고 죽이는 전투 중 갑작스레 하나되어 외치는 '해피뉴이어'는 왠 미친짓인지...
88올림픽 성화봉송 마라톤같은 연출에 별다른 의미가 있는건지...
일견 쌩뚱맞아 보이는 요나의 투시력(?)까지...


프랑스 원작만화의 훨씬 난해하고 긴 내용을 추려 짧은 영화한편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봉준호 감독님이 굳이 불필요한 것들을 구겨 넣었을리는 없지만
어쩔땐 크게 중요하지 않아보이는 장면들을 확대.과장해서 보여주는듯하고
뭔가 심오하고 중요한 부분인듯한데 왠지 대사로 해결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감독의 의도를 캐치하지못한 내가 무식한거겠지 -_-:;

 

 

 

 


희한한건 지극히 현실비판적, 미래지향적 내용을 담은 영화임에도 난 왜 보는내내 뭐야? 어른용 환타지 영화야? 라는 느낌이 들었을까...
영화의 전체적 개연성을 떠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듯 비현실적인 느낌은 
죽어나가는 사람들조차 붕 떠버리게 만든다.
아...저 사람이 죽는구나 안타깝다~라는 몰입되는 감정이 아니라,
누가 죽어나가더라도 그닥 별 느낌이 안드는 철저한 3자의 입장. 객관적 시선으로 말이다.

 

 

영화 스토리상 인간존중 사상이 전혀 깃들어있지 않음에 일부러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낸거라면

분명 감독의 의도는 성공했다.


팀버튼감독의 '이상한나라의앨리스'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있어서

열차안에 있을거라 생각지못한 장면들과 함께

영화 중반까지 그러한 독특함은 나름 즐길 수 있는 요소였다.

 

 

 

 

근데 이렇게 이어진 흐름이 대부분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하는 결론이 집약되어 있는 마지막부분에선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싶다.

가벼운 주제의 영화가 아닌 설국열차는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심각한 주제들을 대사로 끊임없이 나열하며 관객의 감정을 한꺼번에 요구하는데

이 감정의 흐름을 난 전혀 따라갈수가 없었다.

때문에 그 뒤에 이어지는 희생에 대한 공감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 스포를 좀 포함하자면
결국 바깥세상에 대한 미래의 가능성을 열고자 극단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문을 열었지만 열차가 붕괴되며

지금까지 보여졌던 수 많은 사람들이 모조리 죽어버렸다.


그건 끝까지 스토리를 이끌어 온 주인공이나 함께 싸워왔던 그 주변사람들의 의도도 아니었고
오직 붕뜬 존재처럼 있다가 끝날때서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남궁민수(송강호) 단 한사람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들의 숭고한 희생따윈 느껴지지 않고 눈으로 보이는 객관적 사실로서만 판단했을 때


지금까지의 험난한 주인공의 노력따윈 전부 개고생처럼 느껴지고,

이게 진정 의미가 있는 일이었는지에 대한 무한한 의구심이 솟구친다.
모두가 '잘'살기 위해 변화시키고 탈환하려던 미래가 아니었던가...

 

물론 기존체제의 붕괴와 희생으로 미래라는 아이들을 희망으로 남긴

영화가 내포한 메시지로 보자면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었겠지만
영화내에선 허무함 그 자체만 남을뿐이다.

 

영화가 내포한 다소 무거운 주제의 메시지는 어느정도 소화시켰지만
이론을 완성시키기 위한 영화...라고 해야하나?

 

 

 

 

뭐랄까...
시 한편을 놓고 언어영역 시험공부하듯 시대적 상황이며 단어의 함축적 의미이며

이것저것 뜯어서 분석하면 분명 많은 의미를 담고있는 훌륭한 문장들인데
이걸 아무것도 모른 채 시 자체만을 읽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감동을 받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랄까...


그리고 여기서 '난 이 시 읽어봤는데 별로더라...감동도 없고 뭔 뜻 인지도 잘 모르겠어' 라고 한다면
'그것도 모르냐 이 시가 얼마나 철학적으로 훌륭한건데 이 무식한놈아'라고 되어버리면서

오히려 계급의 층을 나눠버리는 참 아이러니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 자체만을 즐기는 관객들과

영화를 보고난 후 그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고 해석하며 즐기는 관객들 사이엔

호불호가 갈리는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원작을 읽지않은 상태에서 이게 어느정도로 원작에 충실한게 제작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사상이라던가 스토리를 가지고 왈가왈부하기엔 좀 그렇긴 하지만

이 영화는 확실히 그 독특한 스토리덕을 봤다.

감동이나 공감되는 부분은 제하더라도 어쨌든 내게 충분히 매력적인 재미를 선사해줬으니 말이다.

 

 

 

 


한국영화로서 새로운 도전이었다...라고 말할만한 혁신적인 영화가 탄생된거에 대해선 분명 기쁜일이지만
애국심이라는 조미료를 첨가하더라도 글쎄...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참 애매하기 그지없는 영화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선 빙하기가 도래한 17년 후부터 보여지지만, 그 17년전 빙하기가 어떻게 도래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열차에 올라타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을 담은 스페셜 애니메이션.

 

 

 

 

 

 
 
 
 

 

 

Posted by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