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공감/드라마#TV2013. 5. 9. 22:04

 

 

 

 

 

올드미스다이어리는 2004년 11월부터 1년간 월~금 방송된 시트콤이다.

남여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등이 모두 같은 비중으로 따뜻하게 그려져, 큰 줄거리는 '최미자'의 러브스토리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출연자 모두가 주인공인 드라마다.

콘피아에서 다운받은 이후로 처음부터 끝까지 5번 이상을 정주행한 유일한 장편(무려 230편 가량 된다) 드라마인데, 볼때마다 감탄하고, 감동받게 된다. 게다가, 생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삶에 대한 시선을 따뜻하게 바꿔준 드라마이기도 하다.

 

극중에서는 최미자가 지현우보다 3살 연상으로 나오지만, 실제 배우들의 나이로 보자면 11살 연상이었다.

하지만, 11살 차이라는 걸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기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달달한 그들의 연애 스토리에 푹 빠져서 공감하며 볼 수 있었다.

 

드라마의 인기 또한 대단해서 드라마가 끝난 후 예지원과 지현우는 네티즌 상을 수상했고, 할머니 역의 김영옥은 공로상을 수상했었다.  

드라마가 한참 방영될 때는 애청자들끼리 '미자♡정민' 커플과 '미자♡현우' 커플 지지자로 나뉘어서 공방전을 벌이기도 하고, 지지하는 커플이 잘 안될때마다 애를 태우기도 했었다.

나는 '미자♡현우' 커플의 지지자였으므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미자♡정민' 커플이 공감되지 않은건 아니였다.

 

올드미스다이어리는 드라마의 큰 줄거리는 이어지지만 시트콤이니만큼 각 에피소드마다 결말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드라마 종영 후에 사람들이 뽑은 베스트 에피소드만 뽑아 따로 방송하기도 했었다.

모든 에피소드가 다 소중하고 재미있었지만, 여기에서는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들만 뽑아보았다.

 

 

1. 폴라로이드 러브

  

 

 

'폴라로이드 러브'는 올드미스다이어리를 통털어 가장 감성적인 에피소드로, 정민과 현우 사이에서 결정을 못내리고 괴로워하던 미자가 드디어 진정으로 마음이 가는 사람을 깨닫고 선택하는 내용이 나오는 에피소드다.

미자는 마음이 결정되면 그 사람을 사진에 담기 위해 에피소드 내내 폴라로이드를 들고 다니는데,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영화에도 소설에도 나오지 않았다. 사랑하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사랑하면 무기력해진다는 걸..그런데..지현우..그 사람이 그런다..나하고 똑같이 그런다..나 때문에..'

 

미자가 결정적으로 현우에 대한 마음을 깨닫게 되는 구절이다. 이미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이야 최미자가 지현우를 좋아한다는 걸 눈치챘지만, 정작 미자는 이 에피소드에 와서야 확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폴라로이드 러브' 에피소드의 이전과 이후에는 '서른네 살에 받는 입영통지', '두 남자의 세레나데', '드라마처럼...' 등등 제목만 보아도 가슴이 뜨끈해지는 주옥같은 에피소드로 채워져있다.

 

 

2. 쌍문동 쓰레빠네 홍콩펀치

 

 

'쌍문동 쓰레빠네 홍콩펀치'는 고등학생이 무서워서 할말 못하고 사는 이 시대의 어른들을 향해 일침을 날리는 내용의 에피소드이다.

 

첫째 할머니는 쓰레빠 하나로 불량 청소년들을 선도해온 유명한 '쌍문동 쓰레빠'다. 한참 유행하던 졸라맨으로 그려진 쌍문동 쓰레빠 에피소드에 배꼽잡았던 게 생각난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첫째 할머니에게서 청소년 선도 활동을 인계받은 우현이 '홍콩펀치'로 유명해지는 계기가 나온다.

 

담배를 피는 학생들을 보고도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한 우현을 향해 첫째 할머니 왈..

'어른 어려워하는 건 예의고, 예의는 사회 질서야. 윗사람한테 예의 갖추고, 부모를 공경해야, 집안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서는 거야. 그걸로 버텨온 나라야 이 나라는!!'

 

이 말에 감동받은 우현이 집앞에서 담배피는 아이들에게..

'어른이 애들 무서워하면 세상 끝이다.(혼잣말)'
'난 어른이야. 도망가. 우리나란 그걸로 버텨온 나라야.'

학생들..

'우리나라가 도망가는 걸로 버텨온 나라냐?'
'몰라'

 

결국 도망갈 기회를 준답시고 애꿎은 대문만 열었다 닫았다하는 과정에서 우현의 주먹 모양으로 찌그러진 대문을 본 학생들에 의해 '홍콩펀치'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이 외에도 이 에피소드에는 지현우의 고백을 받은 후 일주일만에 출근한 미자와 현우의 어색한 모습이 연출된다.

 

 

3. 두 남자와 미친 개나리

  

  

'두 남자와 미친 개나리'는 두 남자의 미자에 대한 마음이 혼자 일찍 핀 개나리로 아주 예쁘게 표현되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이다. 그리고 정민과 미자의 러브스토리가 가장 예쁘게 그려진 에피소드이자, 마지막 에피소드이다. 두 남자의 운은 이 에피소드를 기점으로 현우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 에피소드까지만 해도 정민은 미자에 대한 마음에 대해 여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미자에게 고백해서 좋은 친구를 잃는걸 감수해야하는지 고민(고민은 개뿔~)도 하는거고, 현우가 자신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하니 또 그걸 들어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정민이 이 다음 편에서부터 보여준 절실한 마음이었다면 이런저런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고백했을 것이고, 미자도 그 마음을 알아보고 둘은 연인이 되었을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본심을 알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민은 이 다음편부터 미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정말 진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으니...참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딱 맞는 듯하다.

 

미자에게 고백하러 가는 정민에게 현우왈..

'난 내가 어떤놈인지, 내가 어떤 맘인지, 아직 미자씨한테 보여주지 못했어요. 적어도 그럴 수 있는 시간만큼은 나한테 줘야해요.'

 

아주 뻔뻔한 대사지만, 그만큼 절실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 여심이 흔들흔들한다. 이런 저돌적이고 용기있는 모습이 날 '미자♡현우' 커플 팬이 되도록 한 원동력이 아닐까싶다.

 

 

4. 사랑은 타이밍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다'는 세 할머니의 옛사랑이 나오는 첫 에피소드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사랑에 대한 이론은 변치않음을 보여주며, '어른들 말씀 틀린말 없다'는 교훈을 다시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셋째 할머니는 서로 좋아하게 되는 타이밍이 달라 인연을 만날 수 없었고, 둘째 할머니는 좋아했지만 열심히 튕기다가 인연을 놓쳤고, 첫째 할머니만 본인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여 사랑을 쟁취할 수 있었다.

 

술에 취해 현우에게 업혀온 미자에게 '현우와 잘해보라'며 해준 이 이야기 말미에 첫째 할머니 왈..

'야, 남녀 사이에 아무 것도 아닌 사이가 있는 줄 알어? 없어! 다~연분이 될 여지가 있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게 딱 맞는 타이밍이 언제냐! 그게 문제지!'

 

사랑은 타이밍이 맞다. 내가 그의 매력을 알게되는 시기와 그가 나의 매력을 알게되는 시기가 달라 인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걸 보면 말이다.

 

 

5.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는 철없어 보이기만 하던 아무 비전없이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외삼촌 우현이 의외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줘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에피소드다.

 

드라마에서 '다리'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어른들을 모시고 살고 싶다고 하는 우현의 따뜻한 마음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준다는 감동적인 '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미자가 현우가 남자들에게 인기많은 친구 윤아에게 관심이 있어 자신에게 다리를 놓아달라는 줄 착각한 엉뚱한 '다리'다.

 

양로원에서 치매 할머니와 놀아드린 후 치매끼가 있는 막대 할머니를 걱정하는 첫째 할머니에게 우현 왈..
'걱정마세요. 나중에 막내이모님도 저렇게 되시면 쓸쓸하지 않게 제가 놀아드릴께요.'

 

술에 취한 후 집에 가는 택시에서 현우에게 미자 왈..
'이것 보쇼, 당신 도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거요? 내가 무슨 도로공사냐고요~?'

 

 

6. 나이 먹는다는 것 

 

  

'나이 먹는 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현재 살고있는 자신의 나이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이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더군다나 30대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꽉꽉 채워져있는 내용들 때문에 공감 백배 상태로 볼 수 있는 에피소드다.

 

미자, 지영, 윤아가 나이가 든것에 우울해 있다가 30대가 멋진 나이임을 깨닫고 나누는 대화

윤아 : 난 20대때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좋은 거 같애. 직장에서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것도 그렇고, 통장엔 내가 번 돈이 쌓이고.
지영 : 경험과 연륜도 는거 같아. 옛날엔 누구랑 대립하면 화부터 먼저 냈는데, 이젠 누구랑 의견이 대립이 되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겠거든.
미자 : 이젠 집에서 날 그냥 믿어주고, 하나의 객체로 인정해주는 거 같아.
윤아 : 여배우들도 30대 여배우들이 최고 주가잖아? 왜 그러겠어~다 30대는 육체적으로 젊으면서도 머리와 가슴이 찼잖아? 그니까 연기가 제대로 나오는 거지~

 

마음에 정말 와닿는 대화가 아닐 수 없다. 비단 30대뿐만 아니라, 40대가 되어도, 50대가 되어도 또 다른 가치를 찾을 수 있을테니 나이드는 것에 너무 억울해하지 말고, 안타까워하지 말자.

 

 

 

기억에 남는 명대사들

 

  

 

 

'당신은 주인공입니다' - 미자가 녹음한 스팸 전화를 받은 후 정민 왈

'그럴 수 있는데..성우니까..미자씨가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게 스팸 전화란 걸 안 게 1초 상간인데, 그때가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1초였던 거 같애. 1초 동안에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오늘 알았잖아.'

 

'당신이 할 수 있는 정말 쉬운 일' - 사이 좋은 미자와 현우의 모습을 본 후 정민 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누군가를 잊어야 한다는 것...생각해보면, 비디오테입을 반납하는 일만큼 쉬워 보인다. 사랑했던 마음을 다시 그 사람에게 돌려주고, 돌아서서 잊으면 그 뿐이니까...하지만 이것이 테입처럼 연체되어 버리면 그 사랑을 반납하는 일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 되어 버린다. 버릴 수도 잊을 수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사랑해 버릴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 - 50년동안 공예만에 몰두하여 공예전 수상까지 받은 여사를 향해 첫째 할머니 왈

'알콩달콩 재미나는데 이거 만들고 있을 시간이 어딨냐? 밖으로만 나도는 서방 기다리면서 눈물 한방울..한숨 한번..한땀한땀 수를 놓은 게 아니라 한을 놓은거란 말이다~'

 

'사랑은 아프다' - 현우와 싸우고 냉전 중인 미자에게 첫째 할머니 왈

'사랑을 할때 왜 가슴이 아리고 아픈지 아니? 자존심이나 머리로 하는 거지..사랑은 가슴으로 하는 거거든..미자야..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가슴으로 생각해봐라.'

 

'부록 대 현우2' - 아빠와 현우가 닮았다며 미자 왈

'아빠와 현우씨는 참 많이 닮았다. 고집이 센 것도,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것도..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닮은 점은 바로..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봐준다는 것이다.'

 

 

 

 

 
 
 
 

 

Posted by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