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온걸보면 또 한해가 지나가는게 새삼 느껴진다.
올해는 매년 느꼈던 아쉬움과 씁쓸함을 조금 덜수있을만큼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 해 였다는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어쨌든 어제 점심때 부모님이 조그만 텃밭에서 키운 배추를 뽑아오시면서 김장이 시작되었다.
우리야 집에서 매년 딱 해먹을 정도로만해서 반 취미삼아 짓는 농사지만
올해 배추값이 800원 이라는거보면 농민들은 진짜 인건비도 안나오겠다는 생각이 든다.ㅠㅠ
재 작년쯤에는 태풍때문에 한포기당 4~5천원까지도 했던거 같은데...
우리집에선 작년에 7~80포기 김장해서 올 여름까지도 김장김치를 먹었는데
올해는 조금 적게 심으셨는지 40포기 정도.
매년 평일에 엄마 혼자 김장하시는지라 난 저녁때와서 속 버무리는것 정도만 도와드렸었다.
때문에 철들고 김장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도와드린건 요번이 처음.
물론 내가 딴거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척척척 준비해오시는 엄마의 배테랑 매직핸드에 거의 제대로 못 봤다;;
나중에 결혼하면 혼자 김장도 못 할거 같아 요번에 좀 제대로 보고 포스팅 해두려 했건만
사실 사진찍을 시간도 없었다는... ㅠㅠ
그래서 결국 김장김치 담그는 법 포스팅은 포기하고 대략적인 감상으로 전환 ㅋ
배추다듬어 쪼개서 소금에 절인 후 대략 7시간 정도 절여놨다.
그런 후, 잘 씻어서 소쿠리에 담아내니 양이 푹~ 줄어들어 이렇게 두 다라 정도가 나왔다.
이제 배추 속 준비.
무는 15개 정도 채 썰어놓고 (엄마의 말에 따르면 대략 배추 300포기당 무 100개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갓, 미나리, 파도 다듬고 잘 씻어놓는다.
늘어붙지 않도록 끊임없이 잘 저으면서 찹쌀죽 쑤어 식힌 후, 채썰어놓은 무에 고춧가루와 함께 잘 섞는다.
여기에 생강과 마늘 믹서기에 갈아 넣고 젓국까지 끓여 넣어 잘 버무림.
갓, 미나리, 파 역시 2cm정도로 잘게 썰어 넣어 다시 버물버물~
이때쯤 간을 보고 싱겁다 싶으면 굵은 소금을 적당히 넣는다.
버무리는건 생각보다 힘이 많이 필요한 관계로 아빠가...
요렇게 잘 준비된 양념을 배추 사이사이에 골고루 바르기...
음... 배추 속 넣는걸 아빠랑 내가 했더니 정갈하지 못하고 완전 엉망이다;;
원래 마지막에 배추 겉잎 한장으로 돌돌돌 말아야 예쁘고 속이 안 빠진다는데
아빠랑 내가 중시한건 뭐? 스피~드 ㅋ
결국 엄마가 통에 옮겨 담으시면서 다시 다 정리하긴 했지만...-_-;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장의 마무리는 뭐니뭐니해도 막 삶은 돼지고지 보쌈!!!!!!!!
생강과 된장풀어 삶아낸 돼지고기를 도마에 썰자마자
막 담근 배추김치 한점 얹어 먹는 바로 이맛~!!!
요 재미가 없으면 김장은 앙꼬없는 붕어빵이지라~ ㅋ
역시 우리엄마 김치맛이 제일~이다!!!
올해도 이렇게 김장준비 끝.
뒷정리까지 다하고 보니 이미 저녁 10시가 넘었다.
김장할때 되면 매번 언제할까 마음이 답답하셨는데 이제 좀 속이 후련하다고 말씀하시는 엄마.
난 엄마의 김치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집 밖에서는 왠만해선 김치를 먹지 않게된다.
앞으로 언제까지고 엄마의 이 김치를 먹을 수 있었으면...
'다이어리 > S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를 맞아 김치고기 만두를...by S (8) | 2014.01.01 |
---|---|
[대학로] 혜화역에서 열린 종이모형들(종사모의 지상낙원 전시회) 사진 by S (4) | 2013.12.22 |
좋은글 써놨는데도 어이없이 명예훼손으로 인한 권리침해신고를 당하다 by S (11) | 2013.12.17 |
한달간의 치과진료와 초보의 올바른 치실사용법 by S (9) | 2013.12.06 |
나의 고양이 사랑과 우리회사 뒷뜰 고양이 두마리 by S (6) | 2013.11.26 |
자동으로 깔리는 'Style Girls' 어플...누구냐 넌? by S (18) | 2013.11.07 |
우리동네 야시장 by S (4) | 2013.11.02 |
멍빼는 약? 벤트플라겔이란게 있네? by S (0) | 2013.10.22 |
왕 신기한 아이디어 마술지갑 매직머니클립 주웠음 ㅋㅋ by S (8) | 2013.10.09 |
외장하드에 생긴 삭제가 안되는 이상한 영문숫자 폴더와 드라이브 디스크를 포맷하라는 메시지 by S (28) | 2013.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