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공감/김연아2014. 1. 9. 23:49

 

 

 

 

send in the clowns

 

 

지난주 토요일.
김연아는 한국 피겨종합선수권 대회에서 비록 비공식이라지만 자신의 최고기록인 80.06을 기록하며 쇼트프로그램을 마쳤다.

국내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긴셈이다.

 

부상으로 시작해 의상때문에 말도 많았던 요번 시즌의 쇼트프로그램은 사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록산느의 탱고'나 '죽음의 무도'처럼 강렬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두근거리고 드라마틱한 느낌을 좋아하는지라
서정적인 선율의 send in the clowns 음악을 들었을때 마지막 프로그램으로써 조금 아쉬운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달랐다.
피겨에서 애달픈 느낌의 서정적인 곡을 그녀만큼 잘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음악을 배경으로 적당히 안무와 점프를 수행한다는 느낌을 주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보는사람조차 프로그램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그녀.  
생각해보면 강렬한 음악은 적당히 활기차게 큰 동작으로 눈가림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이런 부드러운 곡에서 확실히 그녀의 진가가 더 두드러지는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이상하다고 말 많았던 의상을, 그녀가 프로그램을 완벽히 수행한 후 싹 사라지게 만들었던건
의상조차 자신의 프로그램안에 스며들게한 그녀만의 능력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나 역시도 이 경기를 보면서 그녀와 이질감이 느껴져 어색했던(한번도 이런색을 입은걸 본적 없으니) 색상의 의상이 갑자기 예뻐보이고, 프로그램에 딱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김연아

 

 

 

 

올림픽 두번째 쇼트프로그램의 곡 'send in the clowns'.
즉,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라는 뜻의 이 곡은 얼핏 제목만 들어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않는다.
처음 제목만 듣고는 '광대의 사랑 노래인가? 그럼 광대같은 의상을 입고 나오려나?' 라는 초 무식함을 가지고 있던 나;;

그녀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걸 깨닫고 요번에 다시 제대로 알아봤다.

 

'send in the clowns'은 1973년 초연된 뮤지컬 <A Little Night Music>의 삽입곡이다.
극중 한때 잘나가는 여배우였던 주인공 '데지레'가

옛사랑이었던 변호사 '프레데릭'을 다시 만나 위험한 사랑을 하던 중

지금은 자기 아내를 사랑한다는 그의 진심을 듣고, 삶의 회환과 놓쳐버린 사랑에 대한 아쉬움, 실망, 어리석음, 분노,
그리고 슬픔을 애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 곡의 작곡.작사가 스티븐 손드하임은 'clown'이 실제 서커스의 광대가 아닌 '바보'를 상징화한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여기서 잠깐 가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위해 극의 내용을 살펴 보자면,

19세기 말 여배우로 잘나가던 젊은시절, 프레데릭의 청혼을 거절했던 데지레.
그 후 자신보다 어리고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한 프레데릭을 다시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데지레는 그를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다.

아직 그도 자신과 같은 마음일거란 생각으로 프레데릭에게 청혼했다가,
지금은 자신의 아내를 사랑한다고 거절당한 직후 부르는 노래가 바로 [send in the clowns]이다.

 

때문에 데지레는 현재 자신의 바보같은 상황에
(자신의 인생)무대에 나대신 어릿광대를 올려보내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광대는 코미디 극에서 막간을 채우거나 그 진행이 망했을때 긴급 투입되는 역으로 쓰인다.)

또한, 바보같은 자신을 직접 어릿광대(바보)에 빗대어 이중적 의미로 사용한게 아닌가 싶다.

 

 

이 배경을 바탕으로 본다면 은유와 반어가 많아 얼핏 이해하기 힘든 가사가 좀 더 이해하기 수월하다.

 

 

 

아래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의역한 것인데,

의역은 내 사견이 좀 들어간지라 틀리수도 있으니 적당히 느낌만 알면 될듯.


Isn't it rich? Are we a pair?
멋지네요(정말 우습지 않아요?) 우리는 좋은 콤비가 아니에요? (어쩜 이렇게 빗나가나요?)
Me here at last on the ground, You in mid-air.
당신은 저 위에 나는 이 바닥에 있는데... (나는 이제야 정신차리고 당신과 잘 해보려했는데, 당신은 어린 여자에게 빠져 붕떠 있군요)
Send in the clowns.
어릿광대를 들여보내요. (내 꼴이 우습네요)

 

 


Isn't it bliss? Don't you approve?
하늘이 축복해 주는건가? (저주받은 커플인가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One who keeps tearing around, One who can't move.
뛰어다니는 사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한 놈은 미친듯 가만히 못 있고, 또 한 놈은 꼼짝도 못하네요- 노래 부를 당시 프레데릭은 방안을 서성이고, 데지레는 침대에 앉아있는 상황)
Where are the clowns? Send in the clowns.
어릿광대는 어디 있나요? 어릿광대 들여보내요. (지금 이 상황은 극을 망친 나대신 나가줄 어릿광대가 필요해요)

 

 


Just when i'd stopped opening doors, Finally knowing the one that i wanted was yours,
문을 열려고 했을 때, 내가 찾은 것은 당신이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제야 진정 내가 원하는건 당신이라는걸 알았어요)
Making my entrance again with my usual flair, Sure of my lines... No one is there.
내 평상시의 육감을 가지고 다시 등장하면서, 대사도 확인했는데...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고백할까 준비하고, 당신 인생에 다시 끼어들려고 했는데 이제 당신은 거기 없네요.)
Don't you love farce? My fault, I fear.
당신은 광대극을 좋아하지 않았나요? 내 잘못이예요. (이런 코메디같은 상황 좋아하나요? 내 자업자득이라 걱정하긴 했지만...)

I thought that you'd want what i want, Sorry, my dear!
난 당신도 내가 원하는걸 원하리라 생각했어요.미안해요,내사랑. (우리 정말 잘 맞았...미안해요. 이미 늦었는데 그만두죠!)
But where are the clowns? Quick,send in the clowns. Don't bother, they're here.
근데 광대들은 어딨는거야? 빨리 어릿광대를 들여보내요. 걱정마세요 그들은 여기있어요. (광대도 필요없어. 내가 광대꼴인걸)

 

 


Isn't it rich? Isn't it queer? Losing my timing this late in my career.
멋지지 않아요? 이상하지 않아요? 경력이 충분한 내가 이렇게 타이밍을 놓치다니. (여배우일땐 무대에서 늘 잘했는데, 실제 인생에서는 엉망이네)
But where are the clowns? There ought to be clowns...
근데 광대들은 어딨는거야? 어릿광대가 있어야 할텐데... (누가 지금 날 도와줄 수 있다면...)
Well, maybe next year.

글쎄, 아마 내년에는. (훗 글쎄...어쩌면 다음 기회가 있을지도.)


 

 

 

 

이런 스토리를 가진 곡이기에 지난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의 강렬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007의 본드걸과는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4년만에 올림픽에 다시 서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곡.
인생의 굴곡을 느낀 여인의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이 프로그램으로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여인으로 성숙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김연아

 

 


재밌는건 이 쇼트프로그램 안무의 첫 시작이 지난 올림픽 갈라였던 '타이스의 명상곡' 엔딩포즈와 비슷하다는 것.

4년 전 벤쿠버 올림픽 금메달 획득, 그 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느낌인지라 왠지 두근두근 하다.
고대했던 프로그램이 이제 막 대망의 시즌2를 시작한것같은...

 

 

send in the clowns

 

 

이 프로그램을 보고있으면 손 끝 하나하나의 동작이 눈에 들어올만큼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자, 그럼 위의 애절한 스토리를 생각하면서 그녀의 연기를 감상해보자.

 


 

 

 

 
 
 
Posted by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