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를 처음 접했던 건 14~5년쯤 전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당시에 6권까지 나왔었다)
지금이야 인류멸망과 같은 소재가 영화나 만화에 상당히 흔하지만, 그 당시만해도 상당히 신선한 소재였다.
사실 순정만화의 관점으로 대중성은 바사라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기 말 소재의 세븐시즈가 좀 더 내 취향이다. (이 작가는 소녀소녀한 순정만화 그림체로 어떻게 이런 스토리들을 담아내는지...)
일상생활에서 평범하게 잠든 후 눈을 뜬 그곳은 전혀 낯선 곳이었다.
옷도 다 입혀져있고, 운동화도 신켜져있고, 하물며 가방에 본인의 짐도 들어있다.
바다 폭풍의 한가운데, 그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표류하다가 어떤 섬에 도착했지만, 그 곳은 이상한 기류가 감도는 전혀 모르는 세계였다.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져 지구의 환경이 급격히 변할것을 예측한 과학자들이 있었다.
세계 각 정부는 인류의 멸망가능성을 예견하고, 마지막 보험을 들기로 했다.
젊고 건강한 인간을 선별해 냉동보존해서 재앙이 지구를 덮치는 동안 잠들게 한다.
재앙이 끝나고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돌아왔다고 컴퓨터가 판단할 때, 그들을 해동시켜 방출한다.
그렇게 선별된 7명. 7seeds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씨앗)이 된 것이다.
물론 지구에 딱 7명만 살아남아 있는건 아니고, 각 나라마다 7명씩 몇 개의 팀을 만들었다.
일본은 봄,여름A,여름B,가을,겨울로 5개의 팀을 만들었는데 미래에 보낼 인간을 추리고 추리다 인원이 넘쳐 마지막으로 계절과 관련있는 이름까지 선발기준에 넣은 것이다.
각 팀에 이 상황을 아는 가이드 겸 서포트가 한명씩 붙어 8명씩 다섯팀, 일본에서는 총 40명의 사람들이 미래로 보내졌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살아남아 자손을 남겨 인간이라는 종족을 유지해 나가는 것.
자신들이 원래 살았던 시점에서 수십, 수백년이 지났을지 모르는 지구는 이미 그들이 알던 곳이 아니었다. 전혀 낯선 식물과 곤충과 동물들, 그리고 변해버린 지형과 환경...
그들은 각자 온갖 위험 가득한 것들로 변해버린 지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각각의 사연의 가진 사람들과, 각기 다른 5개의 팀이 멸망해버린 세상에서 엮어나가는 이야기는 정말 현실성 가득하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이 빛난다.
워낙 이런류의 독특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나는 그때 여기까지만 보고도 '와~ 이만화 미쳤다.' 했는데 만화특성상 연재속도가 느린관계로 이후 몇 권 더 보다가 사실 잊고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카카오에 바사라 연재덕에 생각나 찾아봤더니 작년에 드디어 35권을 끝으로 완결이 났더라 ㅠ
현재 다시 처음부터 보면서 지금 12권쯤 읽고있는데,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가 천재인가?라는 감탄뿐이 안나왔다.
영화라면 스토리작가, 배우, 연출을 맡는 감독이 각각 따로있지만 그 모든걸 혼자 다 하면서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이런식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지...
특히 스토리 진행방식이 좀 독특한데,
팀이 5개나 되기때문에 한 스토리에 적응될만하면 작가는 다른팀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각 팀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각 캐릭터가 능력이나 성격도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사고들. 팀들이 조우하면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시간의 흐름도 순서대로만 진행되는것이 아닌지라 조금 정신없이 느껴질수도 있지만, 난 보면서 소름돋았다.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보여주다가 조금씩 전체 그림이 완성되어가는데, 각 스토리마다 빠져들게하는 흡입력 또한 대단하다.
바사라 때도 느꼈지만 캐릭터의 심금을 울리는 심리묘사는 말할것도 없다.
특히, 겨울팀과 여름A팀의 에피소드는 진짜 ㅠㅠ
인간적인 묘사가 디테일한 여류 순정만화 작가가 감성을 담아 SF를 그리면 이런식의 스토리가 나오는구나 싶다.
이 만화를 보면서 단 하나 불만인건, '하나'와 '아라시'의 서로를 향한 절절한 사랑의 감정이 난 살짝 거슬렸다.
인류멸망한 상황에서 보통 저렇게까지 옛 연인에 대한 감정을 주체못하나??? 물론 자고 일어났는데 하루아침에 없어졌으니, 초반의 충격이야 당연히 이해하지만 가족이고 친구고 주변사람 다 없어졌는데, 둘 다 연인만 찾고있는 그 둘에게 묘한 거부감이 든달까...
특히 아라시...왠지 볼수록 짜증나 ㅠ (바사라의 슈리는 정말 내 애정캐였는데, 이건 어쩌면 영 정이 안가는 캐릭터 탓일지도 모르겠다.-_-)
이렇게까지 두 연인의 만남을 별로 응원하지 않으면서 본 만화는 처음인 듯;;
물론 인류의 마지막 희망에 사랑이라는 감정선도 넣고싶은 작가의 의도는 알겠는데... 아직 내가 끝까지 다 본건 아니니까 이건 좀 더 지켜봐야겠다.
뭐 이거야 내 취향이니 넘어가고,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짚어보자면,
바사라와 세븐시즈 둘 다 일본 지형을 기본배경으로 한다.
예전에 바사라가 중세 판타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당연히 시대적 배경이 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번에 바사라를 다시 보면서, 창왕의 성지에 폐허가 된 현대문명의 모습이 잠깐 나온걸 보고 깜짝놀랐다.
< 바사라 5권 중 >
그럼 이미 번성했던 현대문명이 멸망하고서, 오랜시간이 지나 그 위에 왕국이 세워졌다면,
멸망 직후의 이야기인 세븐시즈는 오히려 바사라보다 훨씬 더 먼저 일어난 일이 된다.
물론 이 둘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다는 가정하에지만...
어찌됐든 세븐시즈는 9권까지 모든팀의 등장이 끝나고, 10권과 11권에선 과거 재앙 직후 마지막 쉘터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12권부터 이제 각 팀들이 조우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능력이 워낙 탁월하신 분이라 믿고보는 타무라유미의 '세븐시즈' 다.
"눈을떴을때 너희는 천국에 있을 수도 있고, 지옥에 있을 수도 있다. 어느쪽이든 강인하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세븐시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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