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책 소개
<개미>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의 장편. 2068년 결성된 영계 여행단의 죽음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신화와 종교, 서스펜스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제목은 죽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타나토스'와 항해자 '나우테스'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영계 탐사자.
이 책의 저자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임을 떠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큰 서점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나올때면 어김없이 이벤트를 한다든지, 별도의 판매부스를 만들어 주목성이 높아지도록 한다든지 해서 도무지 신작이 나온 걸 모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출판계에서 관심이 높다는 이야기일테고 말이다.
타나토노트를 본지는 꽤 된 듯하다. 처음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하는 식으로 3~4번은 본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 처음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훨씬 전에 '개미'를 보았고, '뇌'도 보고, '나무'도 보았건만 책을 본 시기는 모호하다.
하지만, 내용을 또렷이 기억할만큼 인상깊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이라면 '나무'이고, 아무래도 자꾸 생각나는 책이라고 하면 '타나토노트'이다. 잠들기 전에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나 친한 누군가와 죽음과 영적인 존재에 대해 대화할 때면 '타나토노트'가 내 머리속의 안내서가 된다. 타나토노트는 예전부터 알려진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놓고 잘 버무려서 만든 이야기책이기에 사후세계를 믿고, 환생을 믿고, 영적인 발전을 이루어 신선이 된다는 걸 믿는다면 아니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면 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라 그럴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이야기들을 음으로 양으로 듣고, 보고 자랐기에 그런 이야기 자체에서는 신선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물론 잘 알려진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살아있는 사람들이 탐사하고 연구하고 밝혀낸다는 발상 자체는 참으로 신선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런 신선한 발상 때문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이 사랑받고 있는 것일 테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떠나서 사후세계과 영적인 발전? 업그레이드? 수련? 뭐라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이 두가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이 명상이라든지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선다면 '신선'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표적으로 '전우치'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이런 비슷한 책을 대학시절에 읽었었는데, 하나는 양귀자의 '천년의 사랑'과 제목을 기억나지 않는 외국 소설이었다. 외국 소설의 내용은 영적으로 깨달음을 얻어 십몇 단계의 발전을 이루어서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하면 몸이 사라지는 기적을 행할 수 있게 되는 내용이었다. '천년의 사랑'은 명상을 통해 옛날부터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연인을 알아내어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내용이었다.
워낙 영향을 쉽게 받는 성격이라 ('비뢰도'를 읽고 나면 움직이는 솔방울을 맞추겠다고 돌 던지는 연습을 하고, 영웅문을 읽고 태극권 책을 구입하여 혼자 독학했다;;) 위의 두 책을 읽고, '아 나도 명상을 통해 더 높은 단계의 내가 될 수 있는 것일까'하고 뭔지 모를 희망(응?)을 가졌다가 다른 경우와는 다르게 워낙 구체화할 방법이 없는지라 서서히 잊어갔다. (정말 다행인 듯..그대로 도를 아십니까?에 입문했을 수도;;) 하지만, 영적인 발전과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날로 커져만 갔고, '나'를 잊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환생 이론에 의하면 지금의 나는 정확히 내가 아니다. 즉, 현생의 나는 영혼이 탄생된 어느 순간부터 여러 이름으로 바꿔가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경우 '다음 생에서도 나랑 결혼할거야?' 등의 '다음 생에서도....'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물론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와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당장 나를 보자. 전생이 기억나는가? 아님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게다가 환생 이론에는 전생에 덕을 쌓았는지, 착한 일을 했는지 정도에 따라 현생의 삶이 결정된다고 한다. '1+1=2'라는 얄짤없는 공식에 정확히 따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타나토노트'에도 이 이야기는 나온다. '타나토노트'에서는 벌레를 몇마리 죽였는지까지 계산해서 정확한 공식에 따라 현생의 점수를 매기고 후생을 결정한다.
하지만, 난 'Y'라는 나 자체가 없어진다는 상상을 도저히 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 죽는 것까지 억울하지 않지만 나라는 존재를 잊는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환생'에 의해 내 존재를 잊는 것뿐만 아니라 사후세계 자체가 없어 죽으면 그대로 끝일 경우도 포함된다.
상상해보자. 내가 죽어 영원히 끝이라면? 그대로 암흑이라면? 아..몸서리치게 무섭다.
그나마 사후세계가 있다면 내가 죽고 귀신이든 영혼이든 아직은 내가 나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면 무섭긴 해도 아직 나를 잃어버린 건 아닐테다. 하지만, 심판을 받든가 해서 내 기억을 모두 잊고 환생을 하게 된다면? 그대로 '나'는 없어지는 것이다. 기억이 없어 존재 자체가 '무'가 되는 건 여러 책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여기서 내가 결정하거나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다못해 이에 대해 아는 것도 쥐뿔도 없다. 사실을 다 아는 사람이 있어 나를 본다면 '별 쓸데 없는 걱정을 다하네'라며 한심해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난 죽기 전에 세상의 모든 진실을 알고 죽고 싶다. 죽고 나서 무엇이 있는지 알고 죽고 싶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타나토노트'에 모든 세상의 진리를 알게 되는 '5천계'에 대한 내용을 보았을 때 다른 모든 천계보다 흥미롭게 보았었다. UFO는 정말 있는건지, 우주가 누군가의 장난감은 아닌지, 화성 유인 탐사는 도대체 언제나 가능한건지, 영원히 살수 있게 되는 때는 언제인지, 다음 로또 번호는 무엇인지(ㅋ)까지 궁금한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 그걸 다 알 수 있게 된다면 다음에 쓰고자하는 'UFO와 외계인, 그리고 과학에 대한 이야기'의 내용을 정말 정확하고, 풍성하게 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ㅎㅎ
하지만 아는 것이 쥐뿔도 없는 이 상태로는.....'타나토노트'의 내용을 믿는 건 아니지만, 또 안 믿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이런 어쩔 수 없는 모든 것들이 또 괴롭지만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없지 않은가?
명상을 통한 깨달음이 진짜라면 도전해볼만 하지만 또한 누군가 거저 알려준다면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부분의 소설들이 그렇듯이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장편소설 '타나토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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