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Y 이야기2014. 6. 13. 01:55

 

 

 

글을 쓰는 지금 12시 자정이 넘었으니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다.

 

요새 살을 뺀다고 주변 공원에서 꼬박꼬박 빨리 걷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낮잠을 자다가 6시쯤 겨우 일어났다.

그것도 같은 건물에서 항상 싸우던 부부가 오늘도 물건을 집어던지면서 싸우는 바람에 시끄러워 깬 것..

억지로 잠에서 깨서 그런지 깬 후에도 잠에 취해 헤롱대다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7시 10분쯤 남친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이 끝났고, 우리집에 온다고..

내가 저녁을 먹었다고 하니 그럼 집 근처에서 김밥이라도 먹고 오겠다고 했다.

보통 남친 회사에서 차를 운전해서 우리집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라

밥까지 먹으면 대충 9시쯤 오겠구나 싶어 그 사이에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했음.

그런데 슈퍼내추럴을 보다보니 어느새 8시가 되어 있었다.

어제 대충 봤던 화를 제대로 다시 본것뿐이라 딱히 새롭거나하진 않았는데 이상하게 그냥 멍하니 봤던것 같다.

그리고 이젠 정말 운동하러 나가야겠다싶어 나갈 준비를 하기 전,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갔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니 초인종 소리가 들리는 거였다.

애초에 남친이 도착할 시간도 아니였지만,

남친은 문을 손으로 두드리기 때문에 남친이 아니라는건 100% 알고 있었다.

남친이 아닌 경우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 보통 사람이 없는척 무시하는데

오늘은 초인종을 계속해서 여러번 누르길래 시끄럽기도 해서 문 앞에서 '누구세요?'라고 물어봤다.

그리고 대답이 없길래 다시 한번 물어봤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보통 '택배입니다', '배달이요', '마을 통장이예요'라는 대답을 하지 않남?

하다못해 자주 오시는 '도를 믿으십니까?' 분들도 '좋은 말씀 드리려구요'라는 말이라도 한다능;

아마 이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듯?)

보통은 이쯤해서 신경끄고 무시했을텐데 나도 모르게 인터폰으로 다시 한번 '누구세요?'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주 잠깐 침묵이 흐르다가 '잘못 알고 눌렀네요'라는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앞집 초인종 소리가 들리길래 '아 배달이나 택배인데 정말 실수로 눌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앞집 초인종을 누르고 앞집에서 사람이 나오거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음에도 더 초인종을 누르지는 않았다. 우리집은 그렇게나 여러 번 눌렀으면서..

 

어느새 잠겨있는 문의 보조키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 나는 보조키만 잠그고 나머지 주키, 보조키 잠금 버튼, 안전 고리는 잘 안건드리는 편이다.

그나마도 조심성이 없어서 보조키도 안 잠그고, 말 그대로 문을 열어놓고 하루종일 집에 있었던 적도 종종 있었던지라

가장 먼저 보조키가 잠겨있는지 확인했던것 같다.)

그리고, 안 잠근 보조키 옆의 잠금 버튼과 안전 고리를 잠그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동시에 잠글 수가 없었다.

(나중에 든 생각인데 칼을 든 강도 앞에서 본능적으로 강도를 자극할 수 있는 갑작스런 행동을 자제하듯이

내가 문을 단속하는 소리가 밖에 서있는 남자를 자극할거란 생각에 못 잠근거 같다.

물론, 문을 강제로 여는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바로 잠궜겠지만)

결국, 문에서 눈도 못떼고 한 30초 쯤??

난생 처음 공포라는걸 느끼며 문앞에서 꼼짝도 못하고 서있었다.

그리고 보조키가 열쇠로 열리면서 들어온 사람은..바로 남친이었다.

 

남친이 들어오자마자 내가 이상한 일이 있었다며 말을 걸었는데,

그 뒤로 남친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건 그냥 이상한 일이 아니였음.

(솔직히 남친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내가 오버하는거라고 생각했음)

남친 말로는 오늘따라 차들이 자신을 위해 길을 비켜주는 것처럼 하나도 안 밀려

평소보다 훨씬 빠른 40-50분만에 우리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게다가 다른 때에는 집 앞에 주차할 자리가 없어 몇바퀴씩 돌다가 겨우 주차할 다른 자리를 찾곤 했었는데

오늘따라 집 앞에 주차할 자리가 딱 한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차를 하려는데 배달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자신을 계속 주시했다고 한다.

이 남자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를 써서 눈밖에 안 보이는 수상한 모습이었는데

남친이 주차를 시작하니 맞은편 주차 자리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우리집 건물로 들어갔다고 한다.

(남친 말로는 배달은 보통 1~2분 정도만 걸리기 때문에 주차된 차들 앞에 임시로 세워놓지

오랫동안 세워둘 수 있는 그곳에는 잘 안 세운다고 함. 일단 너무 번거로우니까..)

 

남친은 뭔가 홀린듯이(이렇게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평소 꼭 한 대 피우던 담배도 안피우고,

원래 먹기로 한 저녁도 안 먹고 건물로 바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집 문 바로 옆에 기대어 서 있는 그 남자를 봤다고..

(이 대목에서 소름이 끼쳤다)

그 남자는 고개를 깊이 숙여 그나마도 눈도 안보였는데 젊고 건장한 남자였다고 한다.

한 손에는 배탈통을 들고, 나머지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남친은 그때의 내 상황도 모르면서 평소와 달리 문을 두드리지 않고 직접 열쇠로 문을 열었다.

(이 남자에게 자신이 이 집에 사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남자가 바로 계단을 내려갔다고 함.

(이것도 정말 소름끼쳐ㅠ 아니 왜 남친이 문을 여니까 돌아감?)

그 수상한 남자가 우리집 초인종을 누르고 남친이 집에 들어오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남자는 음식을 배달하지도, 그릇을 수거하지도 않았다.

왜냐..초인종을 누른 우리집과 맞은편 집에서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고,

애초에 밖에 그릇이 있었다면 초인종을 누를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애초에 우리집 건물에는 왜 왔던 것이며, 그 수상한 마스크는 뭐냔 말이다.

 

우리 둘다 너무너무 무서우면서도 신기해서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본 후

그 남자가 여자 혼자 사는 집인줄 알고 뭔가 나쁜 짓을 저지르려 왔다는 데 80~90% 확신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문단속을 잘 하기로 약속했음^^;;;

 

근데 그보다는 남친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신기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남친은 왜 평소보다 50분 가까이 빨리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차가 안밀렸으며(퇴근 시간인데;)

집 앞에는 평소에는 없던 주차 자리가 딱 한 자리 있었을까?

그리고 매일 피우던 담배도 안 피우고 원래 먹기로 한 김밥도 먹지 않고 바로 집으로 들어왔을까?

나는 왜 남친이 도착하는 시간까지 운동을 가지 않았을까?

(솔직히 나갈 준비하는데에 1분이면 충분하니 남친과는 얼마든지 엇갈릴 수 있었음.

정말 딱 1분만 초인종 소리가 늦게 들렸어도 난 준비를 마치고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30초간의 공포는 무엇이었을까?

분명히 잘못 알았다는 대답 뒤에 옆집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난 뭐가 그토록 두려웠던걸까?

그 당시 나는 분명히 문 앞에 그 남자가 서 있는 기분을 느꼈다.

사람의 본능..촉..뭐 그런거였을까?

 

남친 말로는 이 모든 신기한 우연이 돌아가신 울 아빠가 날 도와준거라고 함.

그나저나 앞으로는 무서워서 어찌 살엉 ㅠㅠㅠㅠㅠ

그냥 이 모든게 내가 오해한거고, 단순한 해프닝이었으면 좋겠다능;

 

 

 

 

 

 

Posted by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