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승의 판타지 장편 소설 <하얀 늑대들>, 제 1 권. 드래곤을 부르기 위해서는 다섯 명의 전사가 필요하다. 잠을 깨우는 무녀, 가장 빨리 나는 자, 가장 빨리 걷는 자, 털빛 하얀 늑대, 그리고 하늘 산맥에서 온 마법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상식과 감각을 빼앗는 하늘 산맥의 숲에서 벌어지는 하얀 늑대들의 외로운 전투. 전설 속에 감춰져야 할 고대의 적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얀 늑대들은 인터넷 연재 사이트 드림워커에서 연재되다가 디앤씨미디어에서 12권으로 된 일반판과 1권의 외전이 나오고, 2009년 1부당 2권으로 된 4부짜리 양장본으로 출판되었다.
20년 전부터 하이텔 등의 PC 통신 시절에 연재되던 '드래곤 라자', '세월의 돌', '저주회사 효연철학원', '코스모스 스토리', '퇴마록', '극악서생', '비뢰도' , '쿠베린' 등의 환타지 소설들을 읽어온 나한테는 솔직히 요즘 환타지 소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에게 싸인을 받고, 비뢰도를 아직까지도 기다리며, 저주회사 효연철학원의 뒷 이야기가 미치도록 궁금한 나에게는 그 시대의 소설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 중이기 때문이다.(물론 재작년부터 게임 소설 '달빛조각사'에 미쳐있긴하다. 예전에는 이렇게 가벼운 게임 소설은 없었던 것 같으니 예외로 하자. 쿨럭;;)
'하얀 늑대들'은 아주 고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1.5세대에는 속하는 윤현승의 환타지 소설이다. 만화방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소설은 이젠 나에게는 '드래곤 라자'에 버금가는 으뜸가는 환타지 소설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애정이 가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일단은 캐릭터가 잘 잡혀있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성격이 손에 잡힐 정도로 뚜렷하다. 캐릭터로 몇년을 인기를 끄는 무한도전을 생각해보면,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데, 캐릭터가 잘 잡혀있다는 건 그만큼 소설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또한, 이 소설은 스토리가 탄탄하게 잘 짜여져 있다. 하얀 늑대들의 세계에는 드래곤, 엘프가 등장하며 마법과 기사가 있고, 고대로부터의 힘이 나온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처럼 세계를 모두 어둠의 세계로 만들려는 고대로부터의 악과 거기에 맞서는 엘프, 드래곤, 인간이 나오며, 처음에는 작은 에피소드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악과 맞서 싸우게 되는 거대한 전투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까지 비슷하다. 하지만, 하얀 늑대들에 대한 내 편애에 입각하여 감히 표현하자면, 하얀 늑대들이 반지의 제왕보다 더 내용이 쫄깃쫄깃하고 재미졌다.
제이는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졸음이 몰려왔다. 카셀은 무릎에 올려놓았던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기분 좋게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주었다. 머리 위에 쏟아지는 뜨겁지 않은 햇살이 몸을 적당하게 데워주었다. 잠들기 직전 제이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제 내 약점은 어떻게 알았지? 다들 나와 시합을 할 때면 언제나 내 허리쪽을 보고 있어. 그리고 내가 공격할 때 거 길 공격해. 그걸 의식하고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었어. 그런데 넌 어제 만찬에서 한 번에 그걸 지적했어. 너 혹시 대단한 검술의 고수 아냐?" 거기에 대답하는 카셀의 목소리도 들었지만,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아 그대로 잠든 척 했다. "아, 그건 쉐이든이 가르쳐 준거라고 내가 그랬잖아." 멍청한 놈, 모처럼 널 강하게 봐주는 녀석이 생겼는데, 그런 걸 굳이 말해줄 필요가 없잖나? "쉐이든이? 아, 그랬지." "내가 아니었어도 누군가 말해줬을 거야." “프란츠가 갑자기 실력이 좋아졌다며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말했어. 그렇지만.......” "굳이 그런 걸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고, 내게 감사할 필요도 없어, 네가 강한 건 너의 노력이지, 다른 사람 덕이 아니야." "그, 그렇지만.......” 그 가는 목소리를 내는 녀석은 분명 실디레일 것이다. 찔러도 피 한방울 낼 것 같지 않던 그 애가 우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제이는 더욱 눈을 뜰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사실 반쯤은 잠에 빠져든 상태라 정신도 몽롱했다. 왜 훌쩍이는 걸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울프 기사단 중에서 제일 약해. 모두에게 거치적거리고 있어. 난 그냥 뽑힌 거야. 여왕 폐하께서 날 직접 지목해서 여기 오게 된 것이고, 2년 전에야 겨우 울프의 기사가 된 거야. 두 번째 테스트에서 남은 것도 사실 쉐이든의 도움이 없었다면 실패했을 거야. 운이 좋은 거야. 난 울프 기사단의 자격이 없어 난.......” 그 애는 울었고, 카셀은 아무 말도 없었다. 여자와 아이의 눈물은 제이에게 너무 강한 무기였다. 제이는 잠들어 있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눈물은 여자인데다 어린 아이이기까지 하니 모른 척 하고 있는 게 상책이었다. "그랬구나. 실디레, 난 이제까지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널 보고서야 알았어. 울프 기사단이 이렇게 강한 이유는 너에게 있던 거야. 대륙 어디에 가서도 최강이라는 이름을 들을 만한 네가, 아마도 그 나이에 그런 검술을 쓰면 괴물이라는 소러를 들으며 파묻혀 버리거나 되려 견제 당해 망가질 그런 재능을 가진 네가, 이 곳에서는 절대 특별해 보이지 않는 거다." 제이는 의식적으로 잠에 빠져들기 위해 노력했다. 아마도 별로 소용도 없을 거라 생각하는, 카셀의 위로하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쉐이든의 일지에 이런 말이 써 있더군. 울프 기사단이 동시에 실력이 급상승한 계기가 너에게 있다고. 이토록 엄청난 재능을 가진 네가 어리다는 핑계를 대지 많고 죽을 힘을 다해 훈련을 하는데, 너보다 앞서 있는 다른 울프들이 어떻게 훈련을 게을리 하고 어떻게 방심할 수 있겠어? 전쟁이 없는 아란티아에 전쟁과도 같은 긴장감을 안겨준 건 너야. 그래도 모르겠니? 네가 울프 기사단 전원의 실력을 밀어 올리고 있는 거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훌쩍이기만 하던 실디레의 울음이 커졌다. 무의식 중에 실눈을 떠보니 실디레는 정말 어린애처럼 카셀에게 안겨 있었다. '자자! 얼른 자버리자.' 제이는 주문이라도 외우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로 눈을 감자, 거의 의식이 끊어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그건 참으로 다행이라고 제이는 생각했다.
벌써 5번 이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지만, 이 소설 읽을 때마다 새롭게 재미지다. 정말 강추하고픈 환타지 소설이다.
하얀 늑대들 1부 - 캡틴 카셀
농부 에밀 노이의 아들 카셀이 고국인 카모르트에서 검은사자 백작과 붉은장미 백작 사이의 전쟁에 병사로 참여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우연히 아란티아의 보검을 손에 넣게 되어 아란티아의 기사단인 울프 기사단의 캡틴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얀 늑대들 2부 - 아란티아의 여왕
루티아의 마스터 데다인의 등장으로 하얀 늑대들과 헤어지게 된 카셀..
죽음의 힘으로 되살아난 론타몬의 익셀런 기사단의 캡틴 웰치가 빌리, 슈벨, 범죄자 일행과 함께 아란티아의 골드게이트로 향하고..그걸 저지하기 위해 루티아의 마법사 타냐와 함께 고군분투하는 카셀의 이야기다.
하얀 늑대들 3부 - 하늘 산맥에서 온 마법사
하늘 산맥에서 따로 떨어지게 된 아즈윈과 게랄드는 하늘 산맥의 엘프들과 만나게 되고, 루티아로 향한 로일과 던멜은 그곳을 공격하고 있는 모즈들과 싸우게 되는데..
카셀은 타냐와 로핀과 함께 루티아를 도울 방법을 찾게 되고, 루티아가 공격당한 진정한 이유를 알게 된다.
하얀 늑대들 4부 - 죽지 않는 자들의 군주
모든 일을 뒤에서 조종한 고대로부터의 악인 죽지 않는 자들의 군주는 인간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가넬로크를 카-구아닐, 모즈를 모두 모아 침공한다. 이에 맞서 하늘 산맥에서 내려온 드래곤, 카셀, 제이메르, 타냐, 라이, 인간 병사들이 모두 모이게 되고, 인간의 도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