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순정만화쪽은 잘 보지않는 취향인 내가, 요즘 그쪽으로 유일하게 챙겨보는 웹툰이 하나있는데 바로 순끼님의 치즈인더트랩이다.
3부가 얼마 전 새로 시작해서 현재 3회까지 진행중이고 흔치않게도 매 회의 평점이 10점에 근접할 정도로 한번 본 사람은 팬이 되어버리는 만화.
무엇보다도 그 작가분의 캐릭터간 미묘한 감정조절이 절묘하다고 해야하나...
물론 처음에는 여타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처럼 완벽해보이는 남자가 나오는 듯 싶다.
그러나 알고보면 그 완벽함속에는 또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다.
남에게 좋은소리만 듣고 마냥 착해서 이용당하는 그런 상냥한 선배가 절대 아닌것이다.
겉으로야 잘생기고 친절하고 성격좋고 인기많은 완벽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중인격적인 면모를 보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터득하고 있는 유정.
워낙 눈치가 빨라 유정의 이중적인 모습을 파악하고 그를 피하는 홍설.
순끼님이 설정해 놓은 주인공 홍설과 유정은 혈액형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물들이다.
뭐 굳이 하나하나 대조해서 일치한다는 말이 아니라 일반적 대중화 된 혈핵형별 성격을 볼때 치즈인더트랩을 다 읽은 후 설이는 A형이고 유정이 AB형이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뭐 그럴것 같더라'란 생각이 든다고나할까.
작가분이 처음부터 혈액형을 염두해두고 성격을 만들진 않았겠지만 보통 내 경험으로 보아 글을 쓸때 자신의 성격이나 생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여주인공의 행동패턴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끌어나가는걸 볼 때 아마 작가분 본인이 A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실제 A형인 내가 봤을때도 설이의 성격과 심리가 상당히 공감가기도 하고...
어쨌든 단순히 보기엔 잘생기고 돈많은 멋진남자가 나오고 남들과 달리 그에게 별로 관심없는 여주인공과 그런 여주인공의 모습에 호감을 느껴 좋아하게 된다는...
큰 흐름만을 놓고 볼때 가장 흔하디 흔한 순정만화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 보인다.
특히나 매우 잘나고 귀하신 부잣집 도련님이 평범한 여주인공한테 뺨한번맞고 지금까지 이랬던건 니가 처음이야~라며 반하는 말도안되는 스토리의 진행을 종종 봐온 바
지금까지도 가끔 남자가 궁한 친구들끼리 모여 어디 잘난 남자한테 가서 뺨한번 올려제끼거나 외제차 한번 박아줘야겠다고 우스개소리로 말하는 건^^;;
그 만큼 많은 순정만화와 드라마들이 약간씩은 다른 설정이언정 이러한 기본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그런짓을 했다간 러브라인은 커녕 욕만 왕창먹고 돈만 깨지는게 비루한 현실임을 알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신데렐라 러브스토리가 이제는 우려먹을만큼 우려먹어 충분히 질릴만도 하건만 아직까지도 없어지지 않으며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건 현실에서는 이룰수 없는 많은 여성들의 기대심리와 대리만족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인기있었던 로맨스 드라마의 대다수가 이런내용이라는 사실을 부정할수가 없다.)
이러한 스토리에 이미 염증을 느끼고 이런류의 만화든 드라마든 유치하다며 잘 보지 않는 내가 이 만화를 보고 추천까지 할 만큼 치즈인더트랩은 주인공들의 심리변화가 뻔하지 않다.
유정이 실재 스토리상 홍설을 처음보고 구질구질하다 느낀 후 무시에서 불쾌감으로...불쾌감에서 호기심과 관심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1년이나 걸렸을 정도로 그 과정이 절대 녹녹치 않으며 이게 매우 설득력있고 치밀하여 보는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저런 말도 안되는...이 아닌 아~ 저럴수도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한 작가가 감정컨트롤에 얼마나 세밀하고 능숙한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치즈인더트랩 만화의 시작은 1년 후 부터이다.
거기서 주인공 홍설의 시점으로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며 조금은 추리적인 냄새를 풍긴다.
과거에 저랬던 녀석이 왜 갑자기 그녀에게 잘해주는지...왜 접근하는지...
저 녀석이 진짜 좋아해서 저러는건지...아니면 그 교묘하고 계략적인 성격에 딴 속셈이 있는건지...
독자들은 보는 내내 혼란스러워하며 여주인공 홍설의 입장에서 의문을 품고 빠져드는 것이다.
웃기게도 아직까지 유정의 심리를 질문하고 그의 심리변화를 자세히 분석해놓는 독자들이 있을정도로 웹툰 상당분량의 연재를 봐도 당연히 유정이 홍설을 좋아해서 저러는거지 너무 뻔한거아냐?라는 생각이 쉽게 들지않는다.
만화나 책을 보다보면 가끔 캐릭터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내용이 진행될수록 주인공이든 주변인물이든 성격이 급작스레 변모하거나 이 캐릭터에 안맞는 뜬금없는 스토리진행으로 황당할때가 종종 있는데
치즈인더트랩은 전형적이 나쁜짓만 일삼던 악당이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리고 말 몇마디에 깨달음을 얻어 그를 돕는다던가 하는 이런 반전이 있나~라는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될 수 있었을법 함에도(실재 그런 영화도 많이봤다;;)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건 순전히 작가분의 능력이 아닌가 싶다.
홍설처럼 한 캐릭터를 일률적인 성격으로 끌고나가는건 오히려 쉬워도 유정처럼 그 캐릭터의 성격이 시간에 걸쳐 전혀 다르게 변해가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담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혀 독자들에게 친절하지 않게 유정의 시점에서 가끔씩 그가 과거에 왜 그랬었는지...왜 그의 심경에 조금씩 변화가 왔는지에 대한 해답을 단편적으로만 던지면서 말이다.
아직 연재가 끝나지 않았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치즈인더트랩은 여자뿐만아니라 남자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일반적인 순정만화와 비슷한 코드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그런 만화가 아닌가 싶다.
과거 유정이 홍설에게 했던 행동 중 그의 이중적 면모를 가장 확실히 드러냈었던 장면. best of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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