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을 사고 요근래 오래 전 재밌게 봤던 만화책들을 장르불문하고 다시 찾아보는데 취미를 한창 붙이고 있다.
요즘도 찾아보면 재밌는 만화가 많겠지만 언제부턴가 생소한 그것들을 새로이 접하는것보다
학창시절 재밌게 봤던 익숙한 만화들에 애착을 갖고 그것들이 훨씬 훌륭해 보이는 걸 보면
내가 추억에 집착하는 나이가 되어서인건지 지금의 만화가 그때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인건지 모르겠다.
하긴 이게 노래라던가 비단 만화에 국한된게 아니란 걸 생각해 볼 때
지금의 세대들이 나이를 먹으면 역시 나와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어쨌든 이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찾아보고 있는 요새 감회가 새롭다.
이미 10년이 훌쩍 넘어버린 작품들이 대다수임에도
현재 위화감없이 볼 수 있는게 많은 걸 보면 내 정신연령이 그닥 성장하지 않은건지;;
하지만 역시 다시보기 힘들었던 장르를 꼽으라면 순정만화쪽이었는데
이 말도 안되고 허무맹랑한 설정과 신데렐라 스토리는 참 적응하기 어렵다.
요새 가뜩이나 미약했던 내 연애세포가 메말라가며 점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것 같은 마음에
추석을 맞아 정말 오랜만에 순정만화라는 장르에 눈돌려 찾아봤건만
그래도 10대 땐 '꽃보다남자'도 나름 재밌게 봤던것 같은데 첫 권을 보면서 어찌나 실소가 뿜어져 나오던지...ㅋㅋ;;
결국 두권을 채 못보고 때려치고 심기충전하여 발견한게 Yoshiki Nakamura의 '스킵비트'이다.
아주 한참 전 10권정도까지 나왔을때 책방에서 빌려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현재 정식으로 32권까지 발간된 상태로 아직도 완결되지 않은...-_-;
그 당시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남아있어 아무생각없이 슬슬 보기시작했는데
이틀동안 32권을 다 보고 현재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번역본 203화까지도 찾아보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25편도 단숨에 다 봐버렸다.
(본 작이 진행중이라 어쩔수 없었겠지만 TV 애니메이션에서는 '달무리'편 중간에 정만 급 마무리했더라 ㅠㅠ)
사실 '스킵비트'는 대놓고 아주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주인공 '쿄코'는 동화나라의 왕자, 공주, 신데렐라 이야기를 매우 좋아하고 꿈꾸는 소녀이다.
순수함이 가득한 그녀는 어렸을때부터 열과 성의를 다해 뒷바라지했던 인기가수 '후와 쇼'에게 버림받고
그 복수심으로서 화려한 연예계에 발을 디딤으로써 이야기는 시작된다.
꿈많은 소녀였던 그녀가 깊은 상처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상실하고
원망과 복수심을 불태우며 오로지 자신을 버린 남자를 누르기위해 '배우'라는 직업을 택했지만
그 곳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그녀 자신만을 위한 인생을 서서히 찾아간다는 어찌보면 지극히 흔한 스토리.
때로는 발랄한 소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악마를 죽이는 천사가 되기도 하며,
가슴깊은 증오와 상처를 담고있는 명문가 아가씨, 아버지를 존경하는 자유분방한 소년,
이지매를 선동하는 카리스마 여고생등
그녀의 얼굴은 역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모하며 타고난 재능과 열정, 노력은 그녀를 한 단계씩 성장시킨다.
그리고 그녀의 선배라 할수있는 일류배우 '츠루가 렌'과 얽히며 삼각구도가 펼쳐지는데
순정만화에서 빠질 수 없는것이 역시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지만
그들의 과거가 과거인만큼 보는사람이 답답스러울 정도로 진행이 결코 녹녹치 않다.
어두운 과거에 얽매여 소중한 사람을 만들 수 없다는 '츠루가 렌'과,
다시는 사랑이란 감정따윈 갖지 않겠다며 마음을 굳게닫은 '쿄코'가 서로 싫어하는 관계에서 시작해
조금씩 상대방이 스며들고 마음이 열리며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데 까지만해도 근 33권을 다 소모했을 정도;;
대부분의 이야기가 사랑이야기보다는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며 배우로서 성장하고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에 초점을 두긴했지만
순정만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 정도면 거의 독자들 고문수준이다.
물론 난 이해할수 없는 전개로 심리적 상황 다 무시하고 과정도 안보여준 채
어느순간 급작스레 좋아한다던가해서 전혀 공감할 수 없게 만드는 설정을 매우 싫어해서
이런 과정을 재밌게 지켜볼 수 있었다만은...
그래도 답답한 주인공들을 보며 빨리 이루어지길 응원하는걸 보면 아직은 내 연애세포가 완전히 죽진 않은듯?ㅋ
어찌됐든 '스킵비트'는 이런 감질나는 러브스토리 요소를 제외하고도
자칫 식상할수도 있었을 이야기들을 탄탄한 스토리로 구석구석 메꾸고 있으며
주변인물들을 둘러싼 각 에피소드들의 흐름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가운데
각 케릭터를 살린 특유의 코믹한 연출에 지루할틈이 없게 만든다.
보고 있자면 컷을 활용하는 작가의 연출력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역시 사각형들로만 이루어진 웹툰에선 느낄 수 없는 만화책만의 매력이 아주 잘 느껴진달까?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배역에 따른 이미지 변신과 함께 역할 수행을 해낼때마다 대리만족의 희열을 느끼며
간만에 빠져들어서 봤던 순정만화였다.
음... 그리고 다시한번 깨달은건 순정만화는 역시 그림체가 중요하구나...라는거? ㅋ
츠루가 렌~ 완젼 멋있음 ㅋㅋ
그리고 또 새삼 깨달은 거 하나.
순정만화는 역시 10대일때 봐야되는구나... 10대의 감성이니 뭐니 다른거 다 떠나서 나이가 적응이 안돼 ㅋㅋ
저런 멋지구리한 어른스러움을 가지고있는데 이제 20살이야 ㅡㅡ;;
내 스무살때 주변 남자애들이 어땠었더라...........................
만화속에선 주변 인물역시 20대 중후반만 되도 사회에서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노련함을 쌓은 능력자로 비춰지지만
과연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는것인가.
하긴 나도 파릇파릇한 10대땐 20대 후반이면 이미 결혼과 함께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 자동으로 되있을 줄 알았더랬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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