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S 이야기2013. 11. 26. 02:52

 

 

 

 

 

 

나에게 고양이란 유난히 애정이 가는 동물이다.

 

하지만 내가 원래부터 이렇게 고양이를 좋아했던건 아니다.
오히려 어렸을땐 고양이라면 왠지 '무섭다'라는 편견이 강했다.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지만 그 당시만해도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는 여러모로 안좋은 인식이 강했으니까... 


초등학교때부터 13년 정도 키웠던 개가 어느날 다른개한테 물려죽고, 대학생때 펑펑 울었던 기억.
부모님이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던건 그 쯔음이었다.

 

엄마는 트럭뒤에 쌓여있는 옷더미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무언가에 깜짝놀라 봤더니 작은 새끼고영이였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어미고양이가 그곳에 새끼를 옮겨다 놓고 먹을걸 구하러가지 않았나 싶지만
이미 차는 다른곳으로 떠났으니 되돌아온 어미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그렇게 우연치않게 우리집에 터를잡고 살게된 새끼고양이를 통해 난 그 작은 생명체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졸졸졸 쫒아다니며,

눈이 마주치면 한번씩 아웅거리고 몸을 비비며 피우는 애교에 그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그당시 개와는 확연히 다른 고양이의 행동패턴은 나에겐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하지만 유난히 사람을 따르고 일명 개냥이 스러웠던 그 녀석은 우리 가족에게 고양이란 존재를 인식시킨지 몇 달만에 사고로 죽었다.

 

첫 고양이를 그렇게 잃고...고양이에 대한 미련이 클때 쯤,

친구가 길에서 발견한 새끼고양이를 나보고 키워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지금이라면 그 새끼고양이가 어미와 살수있도록 하는게 가장 현명한 처사였겠지만, 그 당시는 어찌보면 조금 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마음에 마냥 좋아서 데려왔던 새끼고양이...

이번엔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인터넷찾아 고양이에대해 알아보고 중성화수술까지 시켰건만
엄마가 피부병에 걸리시는 바람에 털이 많이 빠지는 고양이를 친구에게 다시 보낼수밖에 없었다.

뭐 그 고양이는 8년 넘은 지금까지도 그 친구의 동반자가 되어 잘 살고 있으니까 어찌됐든 잘 된 일이지만 말이다.

 

 

 

 

 

결국 우리집에서 그 이후 동물은 키울 수 없었지만

난 언제든 집을나와 살게되면 고양이를 기필코 키우리란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전부 합해봐야 1년도 안 키워봤던 고양이지만 난 이미 고양이 예찬론자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고양이의 매력에 대해 논하자면 끝도 없지만
내가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애정의 차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개가 애완동물같았다면 고양이는 자식같았달까...
가끔은 말 안듣고 지멋대로 굴다가도 어느새 무릎에 올라와 그릉그릉 잠을 청하는 그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녀석과 함께 있다보면 따뜻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어쨌든 지금은 이렇게 개보단 고양이를 훨씬 더 좋아하게 되었지만
길에서 고양이들을 보더라도 뭔가를 따로 챙겨주려고 했던적은 없었다.
어차피 내가 모든 길고양이를 돌봐줄순 없는 바 그들도 자연의 법칙에따라 살아갈테니 말이다.

 

그런데 작년 쯤 우리회사 근처를 배회하는 삼색고양이가 있었다.
사고가 났던건지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니는게 안타까워 유난히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요 근래 그녀석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것이다.

잊을만하면 가끔 한번씩 나타나는데 사실 온전치 않은 몸으로 지금까지 살아있다는것 자체가 놀라웠다.

 

 

 

 

 

길고양이 평균 수명은 1~2년 정도라고 한다.
집에서 키운다면야 10~15년정도까지 키우겠지만 사고가나고, 먹을걸 못구하고, 병들어 죽기 때문이다.

 

때문에 1년만에 다시 본 그녀석이 반가워

가끔씩 점심도시락으로 먹고 남은 반찬을 몇 번 챙겨줬더니 매일 오는것이다.

결국 그 녀석이 왔을때 챙겨줄게 없으면 미안해지는 마음에

한달 전 본격적으로 사료를 사놓고 요새는 매일 점심때마다 사료를 챙겨주는게 일과가 되어버렸다.

최소한 한끼정도는 굶지말라고...

내가 회사를 그만두거나하면 언제까지고 챙겨줄수는 없으니 야생의 감을 잃지 않도록 한끼정도면 적당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처음 며칠은 방황하고 다니는 녀석을 못 볼때가 더 많아서
회사뒷뜰에 사료만 놔뒀는데 몇 시간뒤 가보면 항상 사료가 비워져 있었다.

그리고 가끔은 뒤뜰에 나갔을때 먹고있는걸 발견하는 정도.

 

 

 

 

 


그러다 어느 날 젖소무늬의 처음보는 왠 못생긴 녀석이 사료를 먹고있는걸 보고 쫒아내려다 목에 걸려있는 목줄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사람손에서 자라다가 발정나서 집밖으로 뛰쳐나온 고양이인듯싶은데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중성화를 시키지않으면 본능때문에 이런경우가 허다하다)
야생에서 자란놈이 아니니 스스로 먹을걸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터,

왠지 안스러운 마음에 살짝 불러보니 아웅거리면서 다가오는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결국 챙기는녀석이 두 마리가 되었다;;

 

 

 

 

 

이 두번째 녀석은 사람손을 타서그런지 첫번째 녀석과 다르게 경계심도 없고, 나한테 밥 두어번 얻어먹더니 발라당발라당 잘도 애교를 부리는데 나만보면 밥달라는건지 저 멀리서도 아웅거리는녀석-_-;;

 

 

어찌나 뻔뻔스러운지 이제는 점심때 사료를 주러가면 그 옆에 버젓이 누워 기다리기도 한다.

 

 

 


첫번째 삼색이는 경계심도 많고 작은녀석이 입도짧아 조금먹다 가버리는데

늦게나타난 주제에 아주 제집인양 주구장창 먹는 녀석...

 


음...그러고보니 덩치크고 투실투실한것이 절대 집나왔다고 굶었던놈 같지는 않다;;

 

 

 

 


어느덧 이제는 회사에서 내 조그만 낙이 되어버린 고양이들 밥주기.
점심때 놔둔 사료그릇이 어느새 비워져있는걸 보는것만으로도 이 녀석들이 아직은 잘 있구나싶어 안심이 된다.

 

 

 

 

 


 


 

이제 시작된 추위에 올 겨울도 무사히 넘기고,

이 녀석들이 언제까지고 내가 주는밥을 먹으러 올 수 있기를...

 

 

 

 
 
 
Posted by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