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공감/책#만화2013. 1. 17. 02:24

 

 

 

 

 

책 소개

 

평범한 휴학생 가인은 어느 날 의문의 사내에게 저주를 받게 되고, 그 저주를 억제하기 위해서, 한 여성 저주술사가 운영하는 효연 철학원에 근무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듯하지만 사실은 무서울 정도로 행동이 빠른 숀씨(효연)와 수많은 생각을 품고 살아가지만 결국 상황 판단이 한 템포씩 늦어버리는 간씨(가인)의 좌충우돌 저주회사 근무기

 

작가 송세현

 

1973년생으로 저주회사 효연철학원, 던전 플레너, 절명문, 매화당랑, 굴러라 여행자 등 다수의 연중작을 소유하고 있으며 여행이 취미이다.

 

 

 

저주회사 효연철학원은 1999년 하이텔 시리얼 란에 연재된 환타지 소설이다. 환타지 소설이되 저주라는 요소를 빼면 지금 현실과 다른 점이 없다. 평범한 대학생이 철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손님들의 의뢰를 해결해 나간다는 점을 보면 현대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지만, 그 철학원에서는 사주나 점을 보는게 아니다. 물론 사장인 숀(효연)은 항상 쪼들리므로 부업(?)으로 가끔 점을 봐주기는 하긴 한다. 이 소설을 환타지로 보는 이유는 평범한 대학생 가인이 사실은 무서운 저주에 걸려 있는 상태라는 점과 철학원 사장인 효연은 무당이나 역술원이 아닌 저주 대학을 나온 당당한 저주술사라는 점이다.

 

이 소설은 가인의 시점으로 내용이 그려지는데 가인은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하고 아직 복학은 하지 않은 남자다. 그러므로 수시로 남자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묘사가 여자인 내가 보기에는 정말 신선하고 웃기다. 그리고 인간 목숨을 파리 목숨만도 안 여기고, 엄청나게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비현실적으로 잘 싸우는 효연과 효연과는 반대로 정상적인 성격인 가인이 주인공이므로 가인이 억울해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가인에게 감정이입되어 나까지 같이 억울하여 답답한 적이 많았다. 이 소설 말고 '굴러라 여행자'도 보았지만 송세현 작가의 필력은 웬만한 환타지 소설 작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라 연중하고 있는 많은 소설이 아까울 뿐이다.

 

이 소설은 톡톡 튀고, 재치있는 문체로 가득차 있다.

 

마치 일제 시대에 잘난 지식인들-배웠다는 특권을 이용, 매국을 해서 잘 먹고 잘 살았다-이 못난 서민들-나라 살려보자고 독립 운동도 하고 만세도 부르고 하다가 나까무라한테 끌려가 매도 맞고 하면서 가난하게 살았다-을 무시하는 표정으로 말하는 숀 앞에서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절대 세상을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는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마음 한쪽이 서늘해질 정도이다.

 

"경찰에서 일반인에게 그런 조서를 공개할 리도 없을테고, 설혹 마음 착한 경찰이 보여주려고  마음 먹었다해도 그 사람이 협조공문 작성하는데 두 달, 그 공문이 쌓여있다 해당 책임자에게 발송되는 데 두 달, 그 공문이 결재되는 데 석 달, 이런 식으로 4년 7개월쯤  질질 끌다 결국엔 이 협조 공문은 맞춤법이 맞지 않고 한자로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통과시킬 수 없다, 는 등의 이유로 거부되고 말걸?"

 

게다가 저주계의 특성상 몇십억을 한 번에 벌고 그 몇십억이 금방 없어지는 곳이 효연철학원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항상 쪼들리고 빈티나는 대화를 한다.

 

"효연씨, 그러고보니 신문값도 넉달 째 밀렸네요."  
라면 위에 젓가락을 올려놓고 면이 익기를 기다리면서 숀에게 말하자 그녀는 '그럼 이 신문 끊고 다른 신문 보지 뭐'라고 가볍게 말했다. 그녀는 '사은품도 잊지 말고 챙겨'라는 다소 뻔뻔스러운 멘트까지 했다. 항상 배고픈 숀이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물을 부은지 38초밖에 지나지 않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진 딱딱한 면발을 젓가락으로 억지로 깨뜨려 먹을 때였다.

 

그 당시 4부까지만 나왔고 연재가 중단된 이후 다시 연재가 될 가망성은 없어 보이는 소설이지만 그 짧은 두 권의 책 내용만으로도 어찌나 인상이 깊었던지 10여년이 훨씬 지난 후에 다시 봐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어찌보면 독해보이는 소설이지만 내 취향에는 정말 잘 맞아서 연중이 정말 아쉽다.

 

 

 

 

 

 
 
 
 
Posted by 두여자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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