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여인(1990)
'귀여운 여인'은 1990년 리처드 기어(에드워드 역)와 줄리아 로버츠(비비안 역)가 주연을 맡고 게리 마샬이 감독을 맡아 전세계 4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한 로맨스 영화다. 난 이 영화를 비디오로 처음 보았는데 영화를 보자마자 줄리아 로버츠에게 반하면서 제목(귀여운 여인)에 딱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귀여운 여인'은 줄리아 로버츠가 돋보인 영화였다. '귀여운 여인'으로 만인의 연인이 된 줄리아 로버츠는 후에 '사랑을 위하여(1991)',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1997)', '노팅힐(1999)' 등의 로맨스 영화에 출연하여 그녀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자의 마음을 끄는 온갖 매력이 가득한 이 영화를 보며 마냥 가슴이 두근거렸던 20여년 전 어린 시절과는 달리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영화의 다른 매력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귀여운 여인'은 흔히 신데렐라 영화의 대표적인 영화로 알려져 있다. 거리의 창녀가 성공한 사업가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내용과 모든 여자들의 환상을 모두 모아놓은 것 같은 에피소드들은 그 사실을 반박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귀여운 여인'을 잘 들여다보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반하는 과정과 사랑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있는 연애의 교과서임을 알 수 있다. 창녀와 사업가라는 두 사람의 배경을 걷어내고 두 사람의 성격이나 매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영화를 들여다보면 두 사람이 사랑할 수밖에 없고, 정말 잘 어울리는 짝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리차드 기어가 분한 에드워드는 능력있고, 부자이며, 잘생기고, 과거의 상처가 있어 냉소적이고 현재에는 돈을 버는데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낭만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현실적으로 도저히 존재하지 않을 것같은 꿈같은 남자다. 에드워드의 성격만 보자면 오만하지만 기본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가슴이 따뜻하고, 마음이 넓은 남자다. 그리고, 자격지심을 가지거나 열등감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자신감이 있기에 남에게 기본적으로 관대하다.
줄리아 로버츠가 분한 비비안은 똑똑하고 아름답지만 단순하고 열정적인 성격 탓에 사랑에 올인하는 바람에 남자 친구를 따라 온 낯선 헐리우드에서 버림을 받고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창녀가 되었다. 언제 마약에 찌들어 칼맞아 죽을지 모르는 창녀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돈 때문에 못 벗어나는 신참이다. 성격만 보자면 주위의 환경에 금방금방 적응하는 잡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고, 욕심이 없으며, 자기 관리에 철처하고(반드시 콘돔을 사용하고, 치실로 잇몸 관리를 하고, 손님과는 키스를 하지 않으며, 마약에 절대 손대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을 아끼고, 무엇보다도 창녀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떼묻지 않는 순수함과 자존감을 잃지 않았다. 역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케릭터다. 이토록 아름답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면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창녀라니;
하지만, 그토록 매력적인 두 사람이었기에 서로에게 끌려 그토록 사랑한 건 아닐까나?
단지, 남자가 부자라서, 여자가 예뻐서..라고 단순화시키기에는 보석같은 매력으로 단단하게 빛나는 두 사람이기에 서로에게 끌린 것일테다.
영화 시작 부분에서 사업상 만남에 여자가 필요했지만 갓 애인과 헤어져 곤란해진 에드워드와 집세로 모아놓은 돈을 친구가 써버리는 바람에 급돈이 필요했던 비비안은 헐리우드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일주일 동안 같이 지내기로 한다. 비비안은 에드워드에게 관례상,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여자가 필요한 자리(식사 자리 등)마다 사적인 감정없이 동석해주고, 그에 대한 댓가로 에드워드는 비비안에게 돈을 주기로 계약한다.
그 일주일 동안 비비안은 돈만을 위한 일을 하며 염증을 느끼던 에드워드를 바라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고, 에드워드는 돈에 연연하지 않으며 여유를 즐기는 삶을 보여주어 비비안에게 자극을 주어 비비안이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개척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이렇게 서로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 두 사람 모두 기본적으로 따뜻한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계약상 기한이 끝나고 돈과 아파트를 제공하겠다는 에드워드의 마지막 제안을 거절한 비비안의 선택을 보자.
이 부분은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 있어야 상대방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비안이 에드워드의 제안을 받아들여 남자의 돈에 기대어 사는 일명 '된장녀'였다면 두 사람은 한 동안은 같이 지낼 수는 있어도 결국 평생을 같이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귀여운 여인'은 건강한 연애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보다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잘생기고 아름다운 두 주인공의 눈이 돌아갈 정도의 데이트 등이 더 부각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귀여운 여인'하면 '신데렐라' 영화라는 인식도 강해졌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면 이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흥행하여 연애 영화의 부흥기를 열 수 있었을까?
내가 20년 후에 다시 이 영화를 보고 또다른 의미로 감동받을 수 있었을까?
이 영화 뒤에 나온 수많은 로맨스 영화들을 거의 다 보았지만, 이 영화만큼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고, 사랑에 빠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 영화는 없었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다는 뜻일 테다.
그래서 '귀여운 여인'은 모든 로맨스 영화 중에서도 최고의 로맨스 영화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귀여운 여인' OST는 20년 후에 들어도 좋은 곡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에서도 세 곡을 소개해보겠다.
It Must Have Been Love
Fallen
Pretty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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