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지인을 통해 얻은 티켓으로 어제 회사 동료들과 함께 뮤지컬 위키드를 보러갔다.
뮤지컬은 비싸서 크게 마음먹지않으면 접하기 쉽지않은 문화생활인지라 지금까지 본 뮤지컬 종류가 몇 없기도 했지만
내 짧은 견문으로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제목에 그냥 소규모 뮤지컬인가보다...하고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근데 알고보니 재밌다고 정평난 화려하고 규모가 큰 고급 뮤지컬이더라.
난 영화든 뭐든 볼때 아무런 사전정보나 기대없이 보다가 뜻밖의 대어(?)를 낚는걸 즐기는 편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위키드는 바로 그 대어에 속했다 ㅋ
나중에 공연을 보고와서 찾아보니 2003년 초연이래 브로드웨이 10년째 박스오피스 1위란다!!!
내한공연 최단기간 20만 돌파, 내한공연 후 2013년에 한국어 공연이 시작되고 우리나라에서 흥행 중~
무엇보다 54번의 장면전환과 350벌의 화려한 의상이라니...의상제작만 40억이 들었다하니 말 다했다.
글린다의 버블드레스는 무려 20kg이란다;; 켁
이런걸입고 어찌 연기와 노래를...
현재 위키드는 한국어버전으로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중인데,
종종 왕래하는 잠실에 뮤지컬 공연장이 있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내 생활반경과 뮤지컬 공연장이 멀다는것도 뮤지컬을 자주접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는데,
단지 내가 뮤지컬에 그만큼 관심이 없었을 뿐이었나보다;;
어찌됐든 입구에서부터 초록불빛의 화려함이 느껴지는 샤롯데 씨어터 건물내부.
초록마녀를 주제로 하는지라 계단부터 여기저기 에메랄드 불빛이 번져나온다.
한쪽에 자리잡은 초록마녀 기념품을 살 수 있는곳도 있는데 가격이 그리 싼편은 아니다.
이날의 배우 캐스팅을 봤더니
초록마녀 엘파바역에 박혜나,
금발의마녀(?) 글린다역에 김보경,
윙키족왕자 피에로역에 이지훈,
오즈의마법사역에 남경주,
이렇게 출연.
오호~ 엘파바역으로 옥주현은 안나와도 이지훈은 나온다.
지금까지 살면서 유명 연예인을 눈앞에서 본적이 없었기에 조금 신기했달까 ㅋ
확실히 이지훈씨 연기나 노래를 떠나 잘생기긴 엄청 잘생겼더라.
그리고 요건 매니저분께 받은 티켓.
우리가 받은 R석은 앞쪽 우측자리였는데 나름 배우들의 모습도 잘보이고 목소리가 생생하게 잘 들렸다.
음향 효과도 끝내줬고...
무대장치가 배...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던 듯.
무대폭이 좁다고 생각했는데 지도같은게 위로 올라가면서 뒤쪽으로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이 사진 찍고 바로 셀카찍는데 민망하게 뒤쪽에서 크게 들려오는소리.
셀카도 안됩니다. 사진기 넣으세요~ ㅋ
오즈의 마법사 그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위키드에 대해 조금 말해보자면 난 보는내내 겨울왕국이 생각났다.
안데르센 동화의 원작 '눈의여왕'에서 악역이었던 눈의 여왕에 모티브를 얻어 기획된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오즈의 마법사 마녀가 사실은 나쁜마녀가 아닌 그 판타지 세상의 숨겨진 이야기를 살짝 엿보는 느낌이다.
어렸을 적, 만화를 통해 보았던 오즈의 마법사는
순박한 시골처녀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깡통, 겁쟁이 사자의 모험을 담은 아이들 동화같은 이야기였지만
그 다른쪽에서 펼쳐지는 좀 더 현실적이고 어른스러운 이야기랄까...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날라오기 훨씬 전.
초록마녀와 선의마녀가 만나 우정을 쌓고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초록마녀가 어째서 나쁜마녀로 둔갑되었는지...사자가 왜 겁장이가 되었고, 양철깡통은 왜 그렇게 만들수밖에 없었는지등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있다.
모습이 직접 드러나진 않지만 대사를 통해 언뜻언뜻 비춰지는 도로시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는
너무 오래되어 이미 잊고있던 '오즈의 마법사'라는 내 어린시절의 기억을 끌어내는데
도로시가 왜 저곳에 왔지? 신발을 어떻게 얻었더라? 그녀가 만난 오즈의 마법사가 어땠더라? 나쁜마녀를 저렇게 해치웠던가? 하는 것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묘한 감동과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어찌됐든 두 마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솔직히 말하면 난 주요스토리가 전개되는 강렬하고 안타까운 초록마녀보다 그 옆에서 그녀를 도우면서 웃음을 유발시키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금발의마녀가 더 인상깊었다.
공주병에 조금 재수없는 행동을 해도 보는내내 미워할 수 없는 매력과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캐릭터.
한결같이 정의로운 케릭터 초록마녀 엘파바가 평면적인 느낌으로 너무 우직하고 단단했다면
허영심많고 가끔은 비겁한 현실과 타협하지만 푼수끼를 갖춘 조금 오바스러운 캐릭터 글린다는 등장하기만 하면 그 몸짓과 행동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어찌그리 맛깔스럽게 대사를 치는지...
초록마녀얘기가 조금 심각하고 우울했다면 이 캐릭터의 개그스러움이 그 분위기를 상쇄시키는데
상큼발랄깜찍한 김보경씨의 살짝 코맹맹이같은 음색에 그 연기가 꽤나 잘 어울린다.
특히 노래부를때도 그 독특한 목소리가 어색함없이 그대로 묻어나와 굉장히 놀랐다.
듣다보니 이 캐릭터에 평이한 목소리는 상상이 안돼서
같은 배역의 다른 연기자분이 연기하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무척 궁금하긴하다.
정선아씨도 엄청 잘한다는데...엘파바의 옥주현씨 연기도 보고싶고...
3시간의 긴 공연시간동안
끊임없이 바뀌는 조명과 무대, 반짝이는 화려하고 독특한 의상들은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단 하나 아쉬웠던건
빌어먹게도 공연 전 먹었던 햄버거가 체해서 배가 불편해 온전히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거? ㅠㅠ
처음엔 그나마 괜찮다가 조금씩 심해져서 언제끝나나 고민할때 쯤 다행스럽게도 1막이 끝나고 20분간 휴식.
화장실 다녀오니 조금 편해진 배에 안심했지만 2막에서도 다시 살살 아파오는 배에
이 좋은 뮤지컬을 식은땀 흘리면서 보게 된 웃지못할 경험을 했다.
때문에 언젠가 꼭!!! 다시 보고 싶다.
뮤지컬이 좋기도 좋았지만 너무 억울해서 ㅠㅠ
그런고로 난 앞부분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ㅋㅋ
원래 기승전결의 위기 절정부분보다 도입부분의 알콩달콩 즐거운 전개를 좋아라하기도 하지만
사실 내용이 심각해진때부터 뒷부분은 가사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우여곡절끝에 끝나고 나오니까 밤 11시.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을 통해 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주변에 다 꺼진 불들 사이로 피겨연습과 외국인 코치에게 강습을 받고있는 선수들(?)이 보인다.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운영 다 끝난시간 밤늦게 링크장 빌려서 연습하는구나;;
우리나라 피겨환경 안습이다 정말 ㅠㅠ
그나마도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빙질이 가장 좋다니...씁쓸할 뿐...
오늘 공연보기 전 예상보다 너무 일찍도착해서 시간이남아 잠시 석촌호수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 전날 어두울 때 Y언니와 만나 걸었던 석촌호수를
밝은시간에 회사동료들과 또 걸었는데 이곳은 언제와도 참 예쁜 곳이다.
왠지 위키드의 환상의 나라가 이 근처에서 공연되는게 참 어울린다고나 할까...
사실 롯데월드의 매직아일랜드 때문이기도 하지만 ㅋ
Y언니가 덩치 큰 괴물같다고 싫어했던 제2 롯데월드는 벌써 많이도 올라갔다.
뭐 사실 외관이 그닥 화려하고 멋있는건 아니니까...
어찌됐든 배가 살살 아픈 와중에도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는 듯 했던 뮤지컬 위키드.
위키드가 조금 생소한 단어라 무슨뜻인지 집에와서 찾아봤는데 '사악한'이라는 형용사다.
대충 포스터가 초록마녀 어쩌구저쩌구 하길래 마녀(witch)에서 파생된 비스무리한 뜻인가? 했는데
뭐 대충 느낌은 비슷하고만 ㅋ
조만간 다른 출연자로 꼭 한번 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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