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공감/드라마#TV2014. 5. 23. 00:02

 

 

 

어제 누구와 얘기를 하다가 기생충이 숙주를 조종한다는 흥미로운 주제가 나왔다.

원래 신기하고 특이한것을 좋아하는(?) 나는 얘기를 듣고 집에와서 바로 찾아봤다.

제작년 쯤 '연가시'라는 영화를 봤을때도 어차피 현실로 일어날 수 없는 영화거니 생각하고, 그닥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이 기생충들의 숙주조종이라는게 실제로 존재하는 거였다니...

 

EBS 다큐프라임에서 작년 여름 3부작으로 방영되었던 '기생'이란 주제의 다큐멘터리는 나를 경악케했다.
벌레나 파충류들을 끔찍하게 싫어해서

징그럽고 소름끼친다고 외치면서도 눈 부릅뜨고 꿋꿋이 지켜보는 나란여자 ㅋ

 

일단 징그러운거 잘 못보시는 분들은 살포시 뒤로가기를...

 

 

 

 

 

EBS 다큐프라임 - 기생1 '보이지 않는 손' 편 정리.

 

 

 

1. 메디나충(Dracunculus medinensis)의 숙주조종

 

'메디나충'은 길다란 실모양의 선충으로 아프리카나 중동, 인도, 파키스탄 등에 분포하고 있던 기생충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근육과 피하조직에 기생하며 궤양을 일으키며, 2미터에 이르는 긴 몸통과 생살을 뚫고나오는 끔찍한 모습으로 기생충들 중 가장 악명이 높다.

 

 

 

 

수인성 전염병인 메디나충은 식수원의 물에 의해 반복적으로 기생충에 감염된다.

강물에는 메디나충을 품고있는 물벼룩이 있고, 사람이 그 물을 그대로 마신다면 메디나충의 한살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위 속에서 물벼룩은 그대로 녹아내리지만 메디나충의 유충은 몸속에 살아남아 자리를 잡는다.

 

2~3개월뒤 짝짓기를 하고나면 수컷은 모두 죽고 암컷만 남아 1년정도 알을 품고 지내는데
그 기간동안 숙주인 사람은 감염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증상이 시작되는건 기생된지 1년정도 지난 후, 메디나충이 유충을 바깥으로 내놓을 때다.
메디나충이 다리쪽으로 터널을 파고 내려와 살갖밑에 자리를 잡기시작하면 숙주는 심한 가려움과 타는듯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 메디나충의 숙주조종이 시작된다.

 

 

 

 

통증을 줄이기위해 숙주는 시원한 강가를 찾게되고, 환부가 물에 닫는 순간 메디나충은 수백만 마리의 유충을 물속에 배출한다.

자유생활을 하던 유충들은 지나가던 물벼룩에게 잡아먹히고, 물벼룩이 들어있는 물을 사람이나 가축이 마시면, 또 다시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메디나충은 숙주의 몸속에서 특수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은 숙주에게 면역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중 몸 안에서 격렬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물집이 생기고 결국 피부가 찢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몸은 감염과 싸우는 과정에서 높은 열을 발생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자신의 상처 부위를 물속에 담그는데 이것은 모두 메디나충이 원하는 일이라는 것.

 

 

메디나충증의 치료는 간단하다.
환부를 깨끗이 소독하고 물에담가서 메디나충이 바깥으로 나오도록 유도한다.
메디나충이 살을 뚫고나오기 시작하면, 그 끝을 붕대로 말아 조심스레 잡아당기는데
이때 혹시라도 중간에 끊어지면 상처에 남은 메디나충이 안에서 썩어 심한 후유증이 올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엔 다리절단까지 해야한다.

 

 


 

 

 

피부를 뚫고나오는 메디나충의 엽기적인 모습은 오래전부터 인상깊었을 것이다.
이는 파피루스에도 메디나충의 치료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불뱀'이나 '구리뱀'이 아마도 메디나충에 대한 것일거라고 학자들은 추측한다.

 

 

 

하지만 오염된물을 걸러마시기만해도 해결되는 메디나충증은
1980년대 초, 350만명정도로 이상에서 현재는 500여명 정도로 줄었으며, 남수단, 에티오피아, 말리, 차드 등 4개국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2. 연가시(Gordius aquaticus)의 숙주조종

 

숲 속 곤충계에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사마귀.
사마귀는 짝짓기가 끝나자마자 암컷이 숫컷을 잡아먹고 그것을 양분삼아 배속에 알을 키우는데,

간혹 어떤 사마귀는 자신과 전혀 다른 종류의 생명을 키워낸다.

 

 

 

 

 

육지곤충인 사마귀가 스스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죽어가는 사마귀가 생의 마지막순간에 물 밖으로 내놓는것은 알이 아니다.

 

 

 

 

사마귀의 꽁무늬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는 것은 사마귀와는 전혀 다른 종. 바로 '연가시'라는 이름의 기생충이다.

 

영화의 소재로도 쓰인 연가시는 사실 사람의 몸에 기생하진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처럼 곤충들을 조종하여 투신자살에 이르게 만드는건 사실이다.

 

 

 

연가시는 곤충의 내장을 뚫고 들어가 아주 작은 크기에서 때로는 2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로 성장하는데

연가시가 숙주로 하는 동물은 사마귀뿐아니라, 귀뚜라미, 메뚜기, 딱정벌레, 바퀴벌레 등 여러가지 곤충에 기생한다.

그들은 숙주가 물을 찾아서 뛰어들도록 조종하고, 물에 빠지면 바로 숙주의 몸에서 빠져나온다.

 

 

 

 

 

 

연가시가 숙주곤충의 몸에서 빠져나오자 하는일은 짝을 찾는것이다.
수 많은 연가시가 짝짓기를 위해 한곳으로 모여들고, 이들은 페로몬을 이용해 짝짓기할 상대를 찾는다.
서로를 꽁꽁 얽어매는 사랑이 끝나고, 얼마뒤 암컷은 알을 낳는데

한마리의 암컷이 수백만개에서 많게는 이천만개의 알을 낳는다.

 

 

 

 

 

알들은 이 주 정도가 지나면 부화하여 유충이 되는데, 물속을 떠나니던 연가시의 유충들은 물속을 떠나니는 장구벌레같은 작은 물 속 곤충의 먹이가 된다.


연가시의 유충은 장구벌레의 장안에서 숙주가 자라서 물밖으로 나가길 기다린다.
모기는 사마귀의 밥이 되었지만 모기속의 연가시는 다시 새로운 숙주의 몸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리고 사마귀의 장속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함으로써 또다시 반복되는 숙주조종.

연가시는 숙주를 조종하기 위해 직접 신경전달물질을 만들기도 하지만 숙주가 신경전달물질을 많이 만들도록
숙주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기도 한다.
이를 통해 연가시는 숙주를 조종해서 물가 근처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많은 기생충이 숙주를 조종하려는 진짜 이유는 자신들의 생활주기 중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것.

 

 

 

 

 

3. 리베이로이아 온다트레(Ribeiroia ondatrae)의 숙주조종.

 

 

미국 남서부지역.
폭넓은 기후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가는 이곳에 몇 년전부터 기형의 개구리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서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었는데, 그건 바로 '리베이로이아 온다트레'라는 흡충류로 알려진 기생충이었다. 이들은 양서류에게 아주 다양한 기형을 일으킨다.

 

새의 배설물속에 들어있었던 리베이로이아의 알은 물속에서 부화하여 달팽이몸 안으로 들어간다.
유충은 달팽이의 생식기관으로 침입한 후, 그 안에서 엄청난 숫자로 증식하는데,
몇 단계로 성장해 운동성을 갖게된 유충은 달팽이의 몸을 빠져나오고 물속에서 두번째 중간숙주를 찾아다닌다.

그게 바로 올챙이다.

올챙이 뒷부분을 파고들어간 유충은 꼬리를 떼어내고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개구리의 기형을 유발하는
특수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때 중요한건 바로 '다리'다.

 

 


올챙이일때는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개구리로 변태하면서 기생충으로 인해 갖가지 기형이 드러나는 것.

 

다리가 기형인 개구리들은 행동이 느리고, 굼뜬 개구리들은 새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높다.
이들은 현재숙주인 개구리를 천적에게 갖다바쳐 다음 숙주로 옮겨가려는 것이다.

 

새는 수백, 수천km를 날아서 넓은 지역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으므로 이는 기생충의 번식에 아주 유리하다는 것.

 

 

 

 

 

4. 머메코네마 네오트로피쿰(Myrmeconema Neotropicum)의 숙주조종

 

파나마의 바로콜로라도 섬.

파나마의 자연보호지역인 이곳은 수 많은 동식물들이 몰려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개미들...


여러종의 개미들 중 '세팔로테스 아트라투스' 개미는 열대개미의 일종으로 다양한 종의 나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죽은 나무나 새의 배설물들을 먹고 산다.

 

 

 

 

이 개미들은 간혹 배, 즉 엉덩이가 빨간 개미들이 발견되는데, 이는 '머메코네마 네오트로피쿰'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된것이다.

 

머메코네마 네오트로피쿰의 한살이는 새의 배설물로부터 시작된다.
새의 배설물에는 소화가 덜된 영양가있는 것들이 많기때문에 이 개미들은 새똥을 가장 좋아한다.

 

 

 

 

그 안에는 개미의 엉덩이를 빨갛게 물들이는 기생충의 알이 들어있기도 하는데, 일개미들은 새의 배설물을 실어나르고, 이것들은 개미유충들의 먹이가 된다.
개미유충이 자라 번데기가 되는동안 숫컷과 암컷 선충은 개미의 배로 이동하며, 유충이 성장하여 어른 일개미가 되어도 감염된 개미는 아직 까맣다.

 

기생충은 짝찟기 후 숫컷은 분해되어 사라지지만 암컷은 알을낳아 개미의 배속을 성충의 알로 가득채운다.
엉덩이 색이 변하는건 이때부터인데 기생충 알들이 성장함에 따라 개미의 뱃속은 호박색 기생충 알로 가득차게 된다.
그러면 이 개미의 엉덩이는 새가 좋아하는 빨간 과일을 닮아가는것.

 

 

 

 

 

 

 

개미들을 마치 과일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새들의 관심을 끌게 하는데, 이렇게 개미들은 새에게로 들어가면서 반복되는 것이다.

 

 


물론 배가 빨간 개미들이 모두 새의 눈에들어 먹히는건 아니다.

머메코네마 네오트로피쿰은 조그이라도 그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게, 새의 눈에 잘 띄도록 개미 엉덩이를 높이 쳐드는 행동을 하게 한다.

 

 

 

 

새가 개미의 엉동이를 과일로 착각하고 먹을 때 약 1000개의 기생충 알도 같이 먹게 되며,
기생충이 새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새는 다른곳으로 날아가 기생충 알이 담긴 배설물을 배출함으로써 기생충의 한살이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5. 기생 따개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따개비는 바위나 조개등에 붙어 서식하며 물속의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며 사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들로부터 진화된 기생 따개비들이 있다.

 

대양의 바다에서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태평양에서 가장 흔한 게 중의 하나인 스파이더 크랩.
같은 모양이지만 기생 따개비라고 불리는 스파이더 크랩은 게로서 번식기능을 상실했으며, 그저 따개비의 알을 낳는데 사용된다.

 

 

 

 

경악스럽게도 기생 따개비는 게의 호르몬을 변화시켜 수컷을 암컷으로 만든다.
암컷이 수컷보다 기생충의 새끼를 더 잘 돌보기 때문이다.


기생 따개비의 유충은 감염되지 않은 게를 찾아 아가미를 통해 중심으로 들어가 자신의 세포물질을 주입한다.
여기서 게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이어서 부화용 주머니가 만들어지는데
이때쯤되면 스파이더 크랩의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이미 정체성을 상실한것이다.
배의 알주머니와 근육, 신경등 모든 부분은 따개비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기생충은 게의 알주머니 안에다가 자신의 알을 낳고, 알이 성장해서 부화할 준비가 되면
따개비는 게를 조종하여 자신의 알을 돌보고 이들을 바다에 풀어놓게 한다.

 

 

 

이렇게 바다에 배출된 따개비의 알들은 부화하여 플랑크톤 형태의 애벌레가 되는것이다.

게는 죽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으며 자신이 가염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른채 오래오래 살면서 그저 기생충 알과 새끼를 보살피게 한다.

 

따개비는 처음에는 게의 껍데기 위에서 서식하다가 수백만 년 동안 진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게의 영양소를 흡수하는 법을 배우면서 차츰 기생충으로 진화한것이다.

 

 

 

 

 

 

 

그동안 몰랐던 기생충들의 놀라운 사실.

 

세상은 넓고 정말 신기한 일은 가득하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단지 빌붙어 사는 하등생명체라고 생각했는데, 종족 번식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굉장히 고도의 전략을 쓰고 있던것이다.

 

1편보고 신기해서 포스팅부터했지만 얼른 마저 다 봐야지~

 

 

 

EBS 다큐프라임은 이것말고도 흥미로운 주제가 상당히 많은 유익한 프로그램인듯.

 

 

EBS 다큐프라임 다시보기
http://home.ebs.co.kr/docuprime/reViewChargeOpen

 

 

 

 

 
 
 
Posted by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