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Y 이야기2013. 1. 27. 00:40

 

 

 

에스테틱을 우리 나라 말로 옮겨보면? 피부관리실, 피부관리샵 정도가 될 것이다.

30대 후반까지 살면서 피부과나 피부관리실, 성형외과 등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피부 관리 세계(?) 왕초보의 에스테틱 경험기를 한 번 써보려고 한다.

 

배경 설명을 먼저 하기 위해 내 피부 변천사를 간단히 말해보겠다.

난 29살까지 얼굴에 스킨과 로션 외에 그 어떤 것도 발라본 적이 없다. 피부가 약간 지성이어서 그 정도만 발라도 피부가 당기는 등의 건조함을 느낄 수가 없었고, 피부에 잡티가 없어서 필요성을 못 느끼기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지간히 꾸밀 줄 모르고 외모에 관심이 없어서였던 듯 싶다. 30살 이후에는 살짝 기미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시세이도의 브라이트닝 라인을 기초 화장으로 하고 비비와 썬크림까지 바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후로도 파운데이션이나 색조 화장은 할 줄 몰라 포기하는 심정으로 현재까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다시 말하자면 나는 화장을 할 줄 몰라서 기초 라인만 고수한 것이지 피부를 보호하고자 하는 맘에 그랬던 건 아니라는 거다.

 

화장을 30살까지 안한 여자가 말하는 화장을 안하는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보자면 장점은 색조화장 등의 화학성분으로 피로함을 주지 않아 의외로 30대 중반까지 깨끗한 피부란 소리를 들었고, 단점은 아이크림이나 기초 화장 라인 등의 기능성 화장품을 바르지 않아 빨리 피부에 노화가 찾아와 잔주름이 좀 빨리 생겼다는 점이다. 뭐 나의 경우에 한정된 결론이니 화장을 하는 것이 좋다 싫다라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이른 듯싶다.

 

이렇게 피부에 신경을 끄고 살던 내가 에스테틱을 찾은 이유를 말해보겠다.

재작년인 2011년에는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했기 때문에 시간에 여유가 많았고, 자전거 도로가 잠실까지 이어져 있는 탄천이 가까워서 자전거를 운동 삼아 3시간 이상을 타고 타녔었다. 자전거를 탈 때 피부에 관심없는 사람답게 모자 하나 달랑 쓴게 피부 보호의 전부였다. 그걸 몇 개월을 계속했더니 그 여파가 작년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미가 눈 밑에 눈에 띄게 생기기 시작했고, 검버섯 등이 생기기 시작했고, 비비를 발라도 없어지지 않는 잡티에, 성인 여드름까지 가세하여 피부에 관심 없는 나조차도 신경이 쓰이고 속상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그 모양이니 이쁜 옷을 입어도, 헤어에 돈을 쳐발라 변화를 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무 기초 지식이 없는 관계로 주위에 이럴땐 어떤게 가장 빠르고 효과가 좋은 방법인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홈케어의 이런저런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고, 피부과를 추천해주는 사람도 있었으며, 피부관리실을 추천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일단 홈케어로 피부에 자극이 적다는 알로에 팩을 사서 발라보다가 성인 여드름이 폭발할 지경까지 이르자 돈을 좀 쓰자고 마음 먹고 집에서 가까운 피부관리실을 찾아보았다.

 

일단 인터넷으로 제일 가까운 곳으로 알아본 곳이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수 피부관리실'이었다. 간단히 사람들 평을 보면서 '오래되었구나', '평이 좋네?'라는 두 가지를 느끼고 바로 상담 예약 후 상담에 들어갔다. 아는 것이 없으니 별걸 다 물어보다가 원장님 말씀 중에서 '피부에 인조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만드는게 피부관리실의 목적'이라고 하신 말씀에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라는 내 평소 신념(이라고 쓰고 귀차니즘이라고 읽는다)과 일치하는 부분을 찾게 되어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해버렸다. 여기 저기 다녀보고, 이런 저런 코스도 경험해보고, 한 회만 등록해서 내 피부에 맞는지 알아보고 따위는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귀찮아서 못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제일 무난하다는 'Vital 관리'를 등록했다. 비타민 관리는 10회에 50만원이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피부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 시작할 땐 왠지 겁이 났다. 원장님은 단계별로 효과에 대해서 설명과 함께 관리를 시작하셨다. 물론 설명을 듣고 관리가 끝나면 대부분 까먹긴 했지만 말이다.

 

클린징 -> 초음파를 이용한 딥 클린징 -> 이온영동법 전극을 이용한 1차 비타민 침투 -> PH 포렐 (독일) 스크라이버 2차 침투 -> 데콜테 (가슴), 팔, 얼굴 마사지 -> 2차 팩

 

이 과정은 오늘 피부 관리 후 받고 있는 과정을 종이에 써달라고 부탁드려서 받아온 것이다. 이 과정 자체는 피부관리실마다 달라지며 또 피부관리사의 스타일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한다.

 

항상 피부 관리받는 공간

 

피부 관리를 계속 받아오면서 느낀 것은 원장님은 자기 소신이 분명한 분이라는 사실이다. 피부 관리실이 고객의 기분을 우선으로 하는 곳이라 원하는 대로 해주는 곳이 많은데 원장님은 피부 상태를 보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우선이고, 피부가 우선이기 때문에 원칙을 어기는 법이 없으시다. 여드름이 있는 경우나 여드름 압출이 있을 경우에는 얼굴 마사지를 안하시고, 필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비타민 관리 대신 필링 관리를 해주신다. 물론 여드름 압출이 너무 아파 요새는 원장님이 아무리 하자고 하셔도 안하는 내공이 생겼달까(근데 이건 비밀인데..ㅠ)

 

 

태닝실

 

그 뒤로 꾸준히 피부 관리를 받은 후에 피부에 잡티가 없어지고, 기미가 옅어지고, 피부가 진정되어 성인 여드름도 거의 안난다. 그렇지만 나이도 있고 더 나아지고픈 마음에 꾸준히 받는 중이다.

 

오늘 피부관리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피부관리실에는 원래 건강한 피부를 가지신 분들이 건강한 피부의 유지를 위해 다니시는 경우보다 심각한 피부의 트러블이나 문제 때문에 오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마치 나의 경우처럼..그래서 좋아진 분들의 입소문으로 10년 넘게 피부관리실 홍보나 마케팅 없이도 유지해오고 계신다고 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얘기인게 나도 피부 관리를 받으면서 주변에 홍보를 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개인실

 

오늘 개인실의 용도를 물어보면서 놀랐던게 남자분들도 꽤 피부관리실을 다닌다는 사실이다. 남자 고객은 여자 고객과 다른 개인 공간에서 피부 관리를 받고, 전신 관리를 받는 여자 고객들도 개인 공간을 이용하신다고 한다. 반 년 이상 피부관리실을 다니면서 이걸 몰랐다니 ㅠ

 

기본적인 바이탈 관리 외에도 다른 관리를 받아본 적이 있었다. 작년 11~12월 두 달간 거의 매일 술을 마실 일이 생겨 피부가 다시 엉망이 되기 시작했을 때 원장님이 추천하신 건 벨벳 관리였다. 독일 수입품인 벨벳은 주 성분이 콜라겐과 동물(양 등)의 태반이며 많이 상한 피부를 빠르게 회복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비타민 관리보다 2만원 더 비싸다. 벨벳 관리 후 2주 정도 지나니까 피부가 눈에 띄게 생기가 돌고 좋아져 그 후에 또 한번 받았다는..나 같은 피부 관리의 초보자에게는 신세계였달까..

 

뭐 아무렇게나 대충 고른 피부관리실이 이렇게 좋은 곳이라는 건 나에겐 행운이랄밖에 없겠다.

 

 

 

 

 

 
 
 
 
Posted by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