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

빌 머레이(필 코너스), 앤디 맥도웰(리타)

 

 

한동안 무한 사랑을 바쳤던 미드 '슈퍼내추럴'의 3시즌 11화에서 로키의 장난으로 샘의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내용이 나온다.

물론 그 하루 안에 형인 딘이 어떤식으로든 죽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 내용을 풀어가는 스토리가 너무 웃겨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3시즌 중에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기억에 남아있다.

 

이때 생각났던 영화가 학창시절에 봤던 '사랑의 블랙홀'이었다. '사랑의 블랙홀'은 벌써 20년 전의 영화지만 옛날 영화라고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흡입력과 탄탄한 스토리, 무한 감동을 선사하는 명작이다.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이름은 우리 나라식 제목이고 실제 제목은 '성촉절'이다.하지만, 이 영화에는 '사랑의 블랙홀'이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인 것같다. 

미국에서 2월 2일을 뜻하는 성촉절은 마못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로 이날 해가 뜬 후 마못이 자기 그림자를 보게 되면 겨울 날씨가 6주 동안 더 계속된다는 날이다.

성촉절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듯한 이 영화는 한 남자가 성촉절인 2월 2일에 갇혀 하루를 반복해서 살게 되는 이야기이다.

 

 

필은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TV 기상 캐스터로 성촉절의 유래가 시작된 마을인 펑추니아로 PD인 리타와 취재차 방문한 후 그 날 눈 때문에 발이 묶여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다음 날 6시에 일어난 필은 오늘이 어제와 같다는 걸 알게 된다.

 

 

 

 

이후 아침 6시만 되면 모든 일은 없었던 일이 되고 다시 2월 2일이 반복된다. 이런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자 필의 처음 반응은 어짜피 무슨 일을 저질러도 다음날이면 없었던 일이 되니까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저질러보자는 것이었다. 내친김에 여자까지 꼬셨던 필은 자신이 그 여자와 키스하면서 리타의 이름을 부른 걸 알게 된다. 이미 필의 마음 속에는 리타가 있었던 듯하다.

 

 

이때부터 필은 리타의 모든 것을 시간을 들여 조금씩 조금씩 알아낸 후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하루를 보냈지만 현명한 리타는 결국 그 하루가 꾸며진 것임을 알게 되고 번번히 필의 뺨을 때리고 그 하루는 끝이 난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하루이긴 하지만 이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에 절망한 필이 선택한 건 자살이었다. 전기 감전, 추락사, 교통 사고 등을 모두 겪지만 다음 날 6시면 어김없이 하루가 다시 시작되고 만다. 필은 성촉절의 상징인 마못을 납치 후 동반 자살까지 시도하지만 소용이 없는 것을 알고 자포자기 심정이 된다.

 

 

결국 필은 리타에게 자신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처지를 모두 털어놓고 위로를 구한다. 관대하고 착한 리타는 필과 함께 다음날이 될때까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곁에 있어준다.

 

 (이때 이미 필이 하루를 6개월이나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6개월이나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건 어떤 종류의 시련일지 상상도 안된다.)

 

리타는 6시까지 안자기 위해 애쓰지만 잠들고, 이때 필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너무나 마음을 울렸던 이 부분..

 

 

 

이 잠든 리타에게 하는 고백(무한 감동 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여지껏 만나본 사람 중에

당신은 제일 친절하고

예쁜 사람이에요

당신처럼 다정한 사람은...

여태껏 본 적이 없어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내게 변화가 일었나봐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당신을 있는 힘껏

붙잡고 싶단 마음이 들었어요

난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평생 동안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맹세하겠어요

 

 

 

이 날 이후 필은 리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얼음 조각과 피아노를 배우고, 문학책을 읽는 등의 자기 계발을 하는 한편 어려움에 처한 마을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과정은 짧게 표현되고 결과가 보여지지만

피아노를 전혀 못치던 사람이 능숙한 연주자가 되는데는 얼마나 걸릴까..

그 긴 시간 동안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 듯하다.)

 

결국 필이 리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음에도 리타는 그 하루동안 필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고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필이 리타의 모습을 그대로 조각하여 보여주는 이 장면 또한 어렸을 때 비디오를 돌리고 또 돌려 봤던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내가 보았던 모든 로맨틱한 장면 중에서도 가장 로맨틱한 장면으로 꼽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완벽했다.

 

 

 

 

결국 리타의 사랑을 얻는 순간 마법은 풀리고 두 사람은 펑추니아에서 같이 살기로 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마치 하늘이 필에게 리타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무기한으로 선물해준 것도 같고, 애초에 리타의 사랑을 얻어야 끝이 나는 어려운 과제를 내린 것 같기도 하다. 다시 10년이 지나도 감동받을 수 있는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다.

 

 

 

 

실제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이런 상황을 견뎌낼 자신이 전혀 없지만, 필처럼 꼭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또 다를 것도 같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동안 하루가 반복된다면? 완전 땡큐다!!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모두 해봐야지..필처럼 ㅎㅎ

 

 

 

 

 

 
 
 
 
Posted by 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