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프리스트
예전에는 새로운 온라인 게임이 나올때마다 꼬박꼬박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2004년 가을에는 프리스트 온라인에 빠져서 살았었던 것 같다. 프리스트 게임을 하게 된 계기는 역시 만화 프리스트에 있었다.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는 타락 천사에 대항하여 싸우는 믿음을 저버린 신부 이반 아이작의 이야기이다. 포스터의 그림을 보면 얼마나 그림체가 시크한지 알 수 있다. 만화 프리스트는 서부 배경에 종교적 분위기와 공포 분위기를 접목시킨 신선한 장르의 만화로 게임을 시작할 당시에는 12권인가까지 연재되어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오래전에 본 만화이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은 종교적인 신념이 가득하고 영혼이 맑은 아이가 꿈에 천사로 가장하여 나타난 타락 천사의 계략으로 젊은 여자 급사를 죽이고 그녀의 양팔과 심장을 잘라내서 양손에 심장이 들려있는 신성모독의 모양을 만들었던 부분이었다. 잘못된 맹신이 어디까지 사람을 무섭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 섬뜩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으로 섬뜩했던 장면은 열두 타락 천사 중에 한 명이 인간을 천사로 만들어 주겠다며, 양팔과 양다리를 자르고 천사의 날개를 등에 달아주고 눈은 붕대로 감아 천사의 형상을 딴 괴물을 만든 장면이었다. 쓰다보니 글도 무섭다;; 이렇게 섬뜩한 장면들도 많지만 스토리와 연출, 독특한 분위기로 인해 뛰어난 수작으로 유명하다.
게임 프리스트
게임 프리스트는 만화 프리스트의 배경과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서부 배경에서 인간인 이반 진영과 테모자레 진영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드물게도 무기는 총이었고, 공격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뒤로 물러서는 스텝(?)을 열심히 밟았던걸로 기억한다. 이반으로 100레벨 이상 되었을 즈음, 테모자레로 진영을 바꿔서 했었는데 테모자레는 몸이 분리형이라 줍는 아이템마다 팔, 발 등 몸의 일부분이어서 굉장히 하드고어적이어서 오히려 신선했고, 전체적인 분위기며, 내용이 그러해서 성인만 게임이 가능했던걸로 기억한다. 게임 프리스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PVP로 양 진영이 성스러운 진영을 지키고 뺏기 위해 벌이는 대규모의 전투였다. 어찌나 사람이 많았던지 렉이 걸려 제대로 움직이질 못해도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죽어도 죽어도 다시 전투 지역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전투 지역에서의 분위기는 일반 소규모의 PVP가 아니라 마치 전쟁이라도 벌어져 아무데나 총을 쏴도 한명은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랄까..
하지만 이 게임도 그 즈음의 다른 게임(아타나시아가 기억난다)처럼 게임이 업데이트되면서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재미가 반감되어 엄청 아쉬워하면서 그만두었었다.
영화 프리스트
그 후 2011년, 헐리우드에서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가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 프리스트는 만화 프리스트와 비교해서 신부가 전사가 되어 악(뱀파이어)와 싸운다는 공통점 외에 그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영화에서 만화나 게임의 향수를 원한다면 절대절대 안된다. 그냥 따로국밥이라고 생각해야 할듯..
만화 프리스트는 16권까지 연재되었고, 아직도 연재 중이다. 이 만화도 극악의 연재 속도로 만화를 기다리는 많은 팬들을 고문하는 중인듯하다. 하지만, 내가 정말 추억하고 기억하고 싶은건 게임 프리스트이다. 그때 게임 프리스트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프리스트 문양이 있는 티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검은색에 빨간색 이단 문양이 무서워 입지도 못하고 걸어만 놨었지만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오랫동안 보관했었던 것 같다.(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그런 분위기의 게임이 다시 나온다면 얼마든지 하고픈 의향이 있건만, 요새 그런 실험적인 게임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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