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비영화를 좋아한다.
뭐 매니아 이런것까진 아니더라도 가끔 좀비영화를 찾아서 볼 정도니까 일반인보단 좀 더 좋아한다.

 

 

어느날 갑자기 세상은 미쳐있고, 안전하다고 믿었던곳이 안전하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친구가...가족이 나만두고 언제 어떻게 위험에 처해 죽을지 모른다.
그들이 좀비에게 당해 죽었을 때 그 슬픔을 비통해하기도 전에 그들은 내가 사랑했던 모습으로 되살아나

나를 죽이려한다.
내가 살려면 그런 그들을 죽이고 도망치고 또 도망쳐야 한다.

완벽히 안전한곳은 없고 인간에게 필요한 물과 식량,

차를 탄다면 휘발유를 구하기 위해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가장 큰 공포는 이것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만큼 인간에게 근원적인 공포를 제공하는 재료가 있을까?

 

좀비영화의 기본적인 재료는 똑같다.
거기에 약간의 스토리를 넣고 (왜 좀비들이 생겨났는가하는 이유라도 보여주면 다행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이 극한의 공포에서 어떻게 반응하며, 이런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겠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준다.

 

물론 영화라는것을, 가상세계라는 걸 알기때문에 나는 실제로 안전한곳에서 화면을 통해

내가 저런상황이라면 어떨까를 잠깐동안 상상하며 그 스릴을 만끽하는 것이다.

 

아마 좀비영화를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그렇기때문에 식상한 재료임에도 좀비물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하나로 자리매김하여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각설하고 난 이런 수많은 좀비물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주인공이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세상이 온통 좀비천지가 되있더라...는 상황이다.

세상이 왜 갑자기 이렇게 된건지, 가족이나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도 알지못한채

세상에 마치 나 혼자만 남겨진듯한 상황.

(물론 이런상황이 되기 전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관객에게 먼저 살짝 보여주지만 주인공은 모른다.)

이때 주인공이 느낄 상실감과 허탈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와닫으면서도

화면밖의 관객으로서 내가 저입장이 아니라는 묘한 안도감과 함께 

주인공이 좀비라는 존재와 어떻게 첫대면을 하고 이해할것인지

이미 그들을 알고있는 3자의 입장에서 호기심 가득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런 장면이 삽입됐던 좀비영화는 전부 대박났다.
유명하기 때문에 내가 알고있는 건지도 모르겠으나

꽤 많은 좀비영화를 봤음에도 이런 장면이 뚜렷하게 기억나는건 세 작품밖에 없다.


그럼 '이장면 어디서 봤는데...'라고 생각되는 세 영화를 비교해 보자.

 

 

 

1.28일후 (28Days Later...)-2002년 작


좀비영화를 거론하면 [새벽의 저주]와 함께 가장 먼저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좀비가 느리게 걷는게 아닌 달리는 좀비라는 최초의 설정으로 더욱 긴장감을 느끼게 했지만

이 작품은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걸 절실히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러한 인간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춘탓인지 분위기 자체도 어둡고 침체되어있으며

후반부로갈수록 좀비영화 특유의 긴장감이 살짝 떨어지는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앞 부분은 매우 임팩트가 크다.

카메라는 소름끼치도록 고요한 도시의 풍경과 세상에 홀로 남겨진듯한 주인공의 모습을

매우 신중히 따라다니며 여러각도에서 잡아낸다.
특히나 장소가 바뀔때마다 주인공이 보이지도 않을만큼 아주 먼 거리에서 보여주며

세상에 그 밖에 없다는걸 부각시키는데

이 7~8분 정도의 장면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크게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탓에 수 많은 좀비 영화를 보고나면 일주일만 지나도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대부분의 좀비영화가 스토리보다는 좀비에게 쫒고 쫒기는 스릴만을 위한 B급영화이기도 하지만
어떤 장면이든 거의 비슷한 느낌이기때문에 크게 임팩트가 남지 않는다는 것인데

10년이 지나도 정확히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면

[새벽의 저주]에서 온통 좀비로 둘러싸인 쇼핑몰에서 여유롭게 유흥을 즐기며 지내던 사람들의 모습과

바로 이 [28일후]의 주인공 남자가 홀로 방황하는 장면이다.

 

 

거의 숨은그림찾기처럼 주인공의 모습이 잘 안보일정도로 멀리 촬영된게 많다.

 

 

 

2.레지던트이블1,2 (Resident Evil)-2002년,2004년 작


아마 보지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정도로 좀비영화를 가장 대중적으로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다.

게임을 원작으로 해서인지 스토리도 탄탄하고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가 풍부한 이 영화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좀비라는 주제를 벗어나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간다는것만 빼면 상당히 볼만한 영화이다.

(3편 이후부터는 좀비에 대한 특유의 긴장감보다는 그냥 좀비가 출현하는 액션영화;;)

어쨌든 앨리스라는 주인공이 1편과 2편 둘다 사건이 벌어진 후 깨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편의 첫부분은 아직은 세상에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은 비밀지하연구센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거라

성격이 좀 다를수도 있지만

집 자체가 도심과 떨어진 외딴곳이고 세상과 연결되는 장면없이 영화배경이 오로지 집과 지하연구실이며

이미 사건이 벌어지고 그곳을 아무것도 모른채 탐험해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슷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집어넣었다. (집에서 정신을 잃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깨어나는 이장면은 속편에서 종종 떡밥을 던지는 용도로 사용된다.)
또한 모든일이 잘 마무리 되었다고 믿었던 영화의 마지막에

깨어나보니 좀비세상이 되어버린 장면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시각적으로 점점 멀어지며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28일후가 정적인 느낌이라면 레지던트이블은 좀더 역동적이랄까...

 

하지만 1편 마지막에서 한껏 기대감을 가지게한것과 다르게 실제로 제작된 2편은

한 도시가 폐쇄되고 그 안에서 탈출하기 위한 내용을 다룬것으로 1편에서 보여주었던 장면을 그대로 사용하고도

직후 너무도 많은 사람을 출현시켜서인지 그 특유의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실망이 컸다.
그냥 1편을 못 본 관객을 위해 예의상 나온듯한 장면이랄까... 

 

 

 

1편 앞부분

 

 

 

 

1편 마지막부분 

 

 

 

 

2편 연결부분(앨리스의 얼굴이 나오기 전까진 똑같다)

 

 

 

 

3.워킹데드(The Walking Dead)-2010년


영화가 아닌 미국 드라마이지만 충분히 영화의 시각적효과와

드라마라서 풀어낼수있는 디테일한 스토리는

좀비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그 매력에 충분히 빠지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좀비영화들이 그렇듯 스케일이 커질수록 마무리를 맺기 힘들다.

이미 좀비세상이 되어버린곳에서 희망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그 희망을 살짝 보여주거나(28일후)

우여곡절끝에 희망에 다가섰더니 아니였거나(새벽의저주).
영화의 짧은 시간제한상 그 이후의 상황은 관객의 상상력에 대부분 맡겨버리지만

워킹데드는 그렇게 되어버린 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희망을 갖고 삶의 터전을 만들어갈것인지 좀더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이 드라마 역시 시작은 릭이라는 경관이 총을 맞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깨어났더니 나만빼고 온 세상이 변해있더라...에서 시작된다.
28일후와 매우 흡사한 모티브지만 분위기는 다르달까...

 

묘하게 침착해보여 이질감을 느끼게 했던 [28일후]의 '짐'과 달리 '릭'에게서는 현 상황의 당혹감이라든가

찾을 가족에 대한 그리움같은 감정이 좀더 충실히 겉으로 드러난다.

 

 

 

내가 본 순서대로 나열해보자면 28일후->레지던트이블1->워킹데드였다.

난 당연히 [레지던트이블]이 [28일후]를 모방한줄 알았다. 레지던트이블이 훨씬 현대적인 느낌이 드니까...
근데 알고보니 둘다 2002년 제작된 작품인걸 보면 참으로 교묘한 우연이라 해야 할지...

어쨌든 설정만 비슷하지 표현해낸 방식이 다르고 주는 느낌 또한 다르다.

 

 

마지막으로 항상 보면서 의문이였던건 이 장면들 어디까지가 실제 촬영이고 어디까지가 그래픽인걸까?

(도시를 전부 저렇게 해놓을수는 없는 일이니...)

 

근데 그게 모 중요하다고 나도 참 별 시덥잖은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 -_-;;

 

 

 

 

 
 
 
 
Posted by 두여자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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