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에 끌려 밀회를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밀회에 대해 말할 때 '불륜', '연기', '작품성'만 논하는 걸 봐서 그런지 내 밀회에 대한 선입견은 '작품성 있는 불륜 드라마'였다. (물론 피아노가 소재라는 건 알았지만, 의외로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밀회를 2회까지 보고난 지금 내 심정을 말해보자면 이것저것 다 걷어내고 오롯이 유아인과 김희애의 피아노 치는 부분만 계속해서 보고싶다. 앞으로 계속 드라마를 보다보면 유아인, 김희애의 캐릭터가 내 머리속을 파고들테고 줄거리 등 잡다한 생각이 지금의 이 순수한 마음을 흐릴 게 뻔하니 계속 보기 전에 마음을 글로 적고 싶어졌다.
나는 어렸을 때 누구나 배웠다는 그 흔한 체르니도 배워본 적이 없었다.
내 친구들도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을 정도로 시골에서 자랐기에 봄엔 논에서 개구리를 잡고, 여름엔 개울에서 물장구치고, 가을엔 산에서 뱀을 잡아 먹던 시골스럽고 억척스런 기억만 있을 뿐 피아노같은 도시풍의 기억은 나의 성장기엔 없다.
물론 그 기억이 지금의 만족스런 나를 있게 한 자산이기에 부끄럽다는 건 아니다.
다만 친구 중에 유일하게 집에 피아노가 있었던(교회 목사 딸이었음~) 애의 집에 놀러가서
친구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동경의 눈으로 지켜봤던 기억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에게도 다 커서이긴 하지만 아주 조그만 피아노 교습소에서 몇 달 배우고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고 열심히 독학하다가 이사하면서 피아노를 팔면서 아주 짧게 피아노와의 인연을 끝냈던 아련하고도 기쁜 기억이 있다.
이때 난, 피아노에 대한 그 동경을 어느 정도는 해소했던것 같다.
밀회의 2회에서 유아인이 하루종일 피아노를 치고 김희애에게 칭찬을 받은 후 육교에서 혼자 행복해하던 모습은
숨겨져 있던 피아노를 향한 동경과 사라졌던 열정을 다시 일깨워줬다.
내가 피아노의 전문가여서 밀회에 나오는 그 아름다웠던 선율의 기교와 전문성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무식하다고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건 아니고, 무식하다고 열정이 없는건 아니다.
그래서 더 보고싶어졌다.
지금 당장 이 들끓는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드라마를 계속 보는 방법밖에 없어보이니..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내가 느낀 마음을 극중 유아인처럼 피아노로 풀어낼 실력이 없다는 것 뿐..
아래 영상은 밀회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내 열정을 일깨워줬던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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